치솟는 가격에 식품업계 ‘네탓’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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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밀가루 등 소재식품 가격이 오른 데 이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도미노식으로 확산하면서 식품업체 사이에서 이를 둘러싸고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식품 가격은 물가 가운데 소비자의 체감 효과가 가장 크고 예민한 만큼 가격을 올렸을 때 감당해야 할 비난 여론이 무겁기 때문이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설탕 가격은 지난해 12월말에 이어 지난달 중순 두 차례나 올랐으며 일부 업체의 밀가루 가격은 5일부터 인상됐다.

이를 전후로 '기다렸다'는 듯 가공식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봄까지 값이 뛰거나 곧 오를 제품만 꼽아도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콜라와 사이다, 코카콜라의 콜라, 네슬레의 커피 테이터스초이스,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의 두부, CJ제일제당의 백설유 콩기름, 해태제과의 과자, 유니레버의 차음료 립톤 등이다.

여기에 상당수 제과·제빵·음료·빙과·라면 업체가 경쟁사의 눈치를 봐가며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재고 있어 서민에게 4월이 '잔인한 봄'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설탕·밀가루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업체로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 된 셈이다.

이들 소재·가공식품 업체는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원가 상승을 모두 꼽지만 속내는 다르다. 국내 생산이 거의 없는 원당과 밀을 수입해 가공하는 제당·제분업은 원가 구조가 단순해 국제 곡물시세의 고공행진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는 가격 인상 요인이 비교적 뚜렷하고, 정부도 이 때문에 가격 인상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가공식품은 원가 구조가 그보다 복잡해 "밀가루와 설탕 값이 올랐다고 제품 가격이 꼭 뒤따라 올라야 하느냐", "가격 오름폭은 적절한가" 등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소재식품 기업들은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고 "설탕, 밀가루 값이 물가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설탕 출고가를 인상한 CJ제일제당은 언론에 보낸 자료에서 "빵, 과자, 음료 등 주요 가공식품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중간재 비중은 4.5%에 불과하고 설탕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효과는 0.45%"라며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근거로 한 수치를 제시했다.

동아원 역시 밀가루 가격을 올리면서 "밀가루 가격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부 과장돼 알려졌으나 실제 밀가루 가격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0.1%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과·제빵·라면 등 가공식품 기업들은 "곡류, 채소, 포장재, 유류, 인건비 등 다른 모든 재료 가격이 다 오른 상황에서 설탕, 밀가루 값 인상은 직격탄"이라는 입장이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기초소재 값을 올려놓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들은 국제 가격이 오르면 일년에 수차례라도 값을 올리면 되지만 제과업체는 그럴 수 없어 인상요인이 누적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사실 라면에서 면보다 건더기수프와 분말수프 원가가 더 높은데 수프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인상 요인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시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못 올리고 있었던 상황은 어느 기업이나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설탕·밀가루 값 인상이 가공 식품업체의 무리한 가격인상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탕과 밀가루 값이 올랐을 때 그동안 쌓인 다른 인상요인까지 한꺼번에 가격에 반영하고, 일부 요인이 사라지더라도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소폭 내리는 데 그치는 '비대칭'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에도 밀가루값이 7%가량 인하됐을 때 제빵·제과업체들은 "밀가루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낮다"는 논리로 제품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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