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 냉각작업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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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기 전력공급 일보 진전… 중앙제어실 기능 회복이 관건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부분적인 전력공급이 20일 재개되면서 원자로와 사용후연료봉 보관수조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시스템 회복에 한발 다가섰다. 그러나 냉각장치를 돌리는 컨트롤타워인 중앙제어실까지는 아직 전원이 연결되지 않아 냉각기능 회복 여부는 알 수 없다. 도쿄전력은 이날 “중앙제어실에 전기를 보내기 전에 기기 및 배선에 고장이 있는지와 누전이 없는지를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냉각기능 회복 여부는 21일에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의 온도가 급상승했던 5, 6호기는 일단 온도가 안정됐지만 3호기는 원자로 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등 불안한 상태여서 원자로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2호기 정상화가 원전 복구 성패 좌우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3시 46분 2호기에 전력을 공급했다. 2호기의 배전반과 전압기까지는 전류가 흐르는 게 확인돼 1차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전원이 중앙제어실까지 공급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전기 공급에 앞서 기기의 고장이나 누전을 조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제어실까지 전기가 들어온다 해도 냉각기가 작동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도쿄전력은 “외부 전원이 중앙제어실까지 들어오면 건물내부에 조명이 들어오고 원자로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기기도 사용할 수 있다”며 “일단 중앙제어실까지의 전기 공급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수습은 2호기의 전력 복구에 달려 있다. 2호기가 냉각기능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원전 안전화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장순흥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외부에서 냉각수를 뿌릴 수 없어 가장 문제가 되는 2호기에 전기를 공급해 복구하면 다른 5개 원자로는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2호기에 전력이 공급되면 ‘비상노심냉각장치(ECCS)’를 가동할 수 있다. ECCS는 냉각수가 원자로를 드나들도록 순환시켜 노심을 식힌다. 해수를 원자로에 넣은 뒤 뜨거워진 증기를 조금씩 빼내는 기존 방식보다 물의 순환이 빨라져 열의 배출도 순조로워진다. 원자로 건물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도 같은 방식으로 냉각하면 2호기는 안전한 단계가 된다.

○ 3호기는 한때 압력 급상승… 5, 6호기는 안정 되찾아


3호기의 불안한 상태는 이날도 지속됐다. 19일과 20일 이틀간 물을 2000t가량 퍼부어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20일 오전 다시 내부 압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3호기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내부 증기 배출을 검토해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내부 증기를 빼다 보면 1, 3호기처럼 수소폭발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후 들어 압력이 안정상태로 돌아서 증기 배출 작업은 취소됐다.

사용후핵연료 보관수조의 온도가 급상승했던 5, 6호기는 냉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불씨는 잡힌 상황이다. 5, 6호기는 비상용 디젤발전기로 사용후핵연료의 온도 상승을 막아왔다. 발전기 1대를 번갈아 사용해 수조의 온도가 60도 이상 올랐지만 이날 발전기 2대를 가동해 온도를 각각 35.1도와 28도로 낮췄다.

1호기는 원자로 내부 온도가 올라가 냉각수의 수위가 1.75m 정도 내려간 상태다. 발전용량이 460MW로 다른 원자로의 60%에 불과해 해수를 넣어 증기를 빼는 방식으로 온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위대는 이날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냉각을 위해 3호기에 이어 처음으로 대규모 살수 작업을 실시해 80t의 해수를 퍼부었다.

대규모 살수 작업에 힘입어 원전 내부의 방사선량도 안정되고 있다. 2호기에서 500m가량 떨어진 사무소 본관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19일 오후 2시 시간당 3.443mSv(밀리시버트)였으나 20일 오전 8시 반경에는 2.625mSv까지 떨어졌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美에 2대뿐인 대기중 핵물질 측정 정찰기 파견 ▼
체르노빌서 쓴 독일제 ‘무인 분사기’도 곧 투입


‘58m짜리 긴 팔을 가진 콘크리트 압송기, 열 탐지 카메라, 정보수집 위성, 정찰기….’

달아오른 프라이팬처럼 뜨거워진 후쿠시마 제1원전을 냉각시키기 위해 첨단장비들이 속속 투입되고 있다. 미군은 20일 상공에서 대기 속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는 대기수집기 ‘콘스탄트 피닉스’ 파견을 결정했다.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감시하는 특수기로 미국에도 2대밖에 없는 첨단 정찰기다. 19일 오전부터는 일본 육상자위대의 대형 수송헬기 CH471이 상공에서 적외선을 이용해 원자로와 수조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대규모 살수작전을 위해 40m 높이에서 1분에 최대 5t까지 물을 쏠 수 있는 굴절방수탑차, 22m짜리 사다리가 설치된 소방차 등 특수 소방차량이 동원됐다. 독일제 콘크리트 압송기도 곧 투입될 예정이다. 팔을 늘이면 총 58m에 달해 고층빌딩에 콘크리트를 고압 분사하는 건설기계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에도 투입됐다. 방사선량이 적은 장소에서 리모컨으로 원격 조종이 가능해 피폭에 대한 우려 없이 물을 무제한 퍼부을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살수작전은 첨단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17일 헬기를 동원해 상공에서 30t을 퍼부은 자위대의 살수작전은 헬기 바닥에 엎드린 자위대원이 눈으로 원자로를 조준하면서 물을 투하하는 원시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투하된 물이 원자로에 닿지 못하고 산산이 흩어졌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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