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사태]리비아發 유가 폭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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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원유생산 33% 뚝”… ‘5%성장’ 비상

리비아의 유혈 사태로 국제유가가 거침없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증산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각국 정부와 주요 기구도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OPEC 8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현실화된 리비아 원유 수급 차질

이탈리아의 에너지기업 에니와 스페인의 석유기업 렙솔은 22일 리비아 내 석유 생산을 중단했다. 자위야, 트리폴리, 벵가지, 마수라타 등 리비아의 주요 항만이 일시적으로 폐쇄됐고 석유정제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일 메이저들의 생산 중단에 따른 일일 원유생산 감소분이 리비아 전체 생산량의 22%에 해당하는 35만 배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T보다 많은 3분의 1에 달하는 55만 배럴이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리비아는 지난달 하루 평균 1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전 세계 생산량의 1.9%에 해당하는 양이다.

골드만삭스는 리비아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의 원유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008년 7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50달러를 기록했다.

○ OPEC 증산 여부 논의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원유 증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각료회담 소집과 관련해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OPEC의 차기 정례 각료회담은 6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OPEC가 정례 회동 이전에 특별 각료회담을 소집해 증산 여부를 논의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OPEC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아직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며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석유 소비국을 대변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유가 초강세와 관련해 이번 주 이사회에서 전략비축 석유를 방출하는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 비상 걸린 글로벌 경제


IHS 글로벌 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대략 0.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방크는 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미국의 성장이 향후 2년간 0.5%포인트가량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연초부터 물가 급등으로 덜컹거리던 한국 경제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데다 선진국의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면서 3% 물가안정은 물론이고 그동안 자신하던 5% 경제성장 목표까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중동사태로 100달러를 상회하고 국제 원자재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물가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물가안정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세 인하와 유통구조 개선으로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수급을 안정시킬 방침이지만 폭등하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유가격 폭등은 국내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 한국은행의 2007년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원유가격의 10% 상승은 물가를 0.7%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 성장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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