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포털 ‘불법조업 단속’ 본보 사진 왜곡 게재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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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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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경이 공개” 거짓말… 흉기-단속방해 사진은 제외

중국 유명 포털사이트 텅쉰이 23일 사이트에 게재한 중국 어선과 한국 해경이 서해상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대치하는 사진들. 텅쉰은 이 사진들을 한국 해경이 공개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동아일보가 21일 해경 헬리콥터를 타고 서해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 현장을 찍어 AF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텅쉰 사이트의 윗줄 왼쪽 사진은 동아일보가 22일자 A1면에 실은 것(아래 왼쪽)이다. 그러면서 같은 날 동아일보 A2면에 실린 중국 선원들이 해경의 접근을 막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고 서 있는 사진(아래 오른쪽)은 싣지 않았다. 텅쉰 화면 캡처
18일 중국 어선이 서해상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다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침몰한 사건으로 조성된 한중 간 외교 갈등이 ‘진정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23일 중국 인터넷 언론이 중국 어선과 한국 해경이 대치하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사실과 다른 설명을 게재했다.

중국 유명 포털사이트 텅쉰(騰訊)은 23일 ‘중국 어선 10여 척이 서로 배를 하나로 묶어 한국 해경에 대응하다’라는 제목의 사진 10여 장을 실었다. 텅쉰은 이 사진을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에서 퍼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중국신문사에서는 이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

텅쉰은 이 사진 아래에 ‘22일 한국 해경이 발표한 사진으로 황해(서해)의 한국에 가까운 수역에서 중국 어선 10여 척이 밧줄로 서로 묶어 선단을 이뤄 해경과 대치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어선이 불법어로 혐의가 있다고 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 사진들과 사진설명은 24일 시나닷컴 같은 포털 및 홍콩 원후이(文匯)보, 펑황(鳳凰)망 등 중국과 홍콩의 70여 개 사이트로 퍼졌다.

문제는 텅쉰 측의 설명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진들은 한국 해경이 공개한 것이 아니라 동아일보가 찍어 지면에 게재한 뒤 AFP통신에 제공한 것이다. 동아일보 박영철 사진기자는 21일 해경 헬리콥터를 타고 서해상 우리 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과 이를 단속하는 해경을 찍었다. 동아일보는 그중 두 장을 23일자 1, 2면에 실었다.

AFP는 사진을 타전하며 ‘중국 어선 12척이 서해상 불법 조업을 단속하려 다가오는 한국 해경함정을 방해(thwart)하려고 서로 묶었다. 새로운 방법은 효과가 있어 어선들이 도망칠 수 있었다’고 설명을 달았지만 텅쉰의 사진설명에는 ‘방해’ ‘도망’이라는 말은 쏙 빠졌다. 또 중국 선원들이 쇠파이프 같은 흉기를 들고 해경의 접근을 막는 사진은 아예 올리지도 않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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