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릴레이 칼럼]<5>후카가와 유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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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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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은 세계경제 구조 재편 확인하는 무대

화려하게 장식된 집, 호화로운 식사, 자상한 주인의 환대. 초대에 감사하지 않고 파티를 망치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없을 것이다. 앞서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경쟁적 통화가치 인하를 자제하면서 각국의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시정하기로 어떻게든 수습이 됐다. 신흥국의 염원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출자비율 조정에도 합의했다. 한국 언론엔 자화자찬의 논설이 춤춘다. 하지만 이 원칙 합의만으로 ‘통화전쟁’이 끝났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G20은 신흥국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질서 재구축을 위한 정책협조의 무대 기능을 맡아 왔다. 글로벌 금융 세계에선 경주회의의 성명대로 ‘비협조적인 대응은 모든 나라에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전쟁의 배경엔 금융위기에 이어 주택시장 부진과 실업률 상승에 고심하는 미국, 재정악화로 연금·의료 개혁에 나선 유럽,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등 국제통화국의 내수부진이라는 실물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수출밖에 활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저환율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는, 한국이 금융위기 직전 원화가치 상승과 관련해 ‘이래서는 중소기업이 전멸한다’는 식의 감정적 비판이 전개됐던 상황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국제통화국의 금융완화로 흘러넘친 자금은 급격하게 신흥국에 흘러들어간다. 고성장이 지속되더라도 핫머니 유입에 농락당하는 신흥국의 경계심리는 강하다. 경주회의는 “자본 이동의 과도한 변동의 위험을 줄이자”며 사실상 자본규제 움직임을 묵인했다. 브라질 태국 한국 등에선 외국인투자가의 일부 재건투자에 과세하거나 비과세 특권을 폐지하는 움직임이 잇따른다. 선진 금융산업을 가진 선진국은 이제까지 IMF를 끌어들여 신흥국의 금융자유화를 재촉해 왔지만 앞으론 그러한 자유화를 주장하기 어렵다. 선진국으로선 신흥시장에서 금융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적어도 수출확대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중국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급격한 통화 절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가격상승의 혜택을 보는 자원국도 과도한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저해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결국 금융위기 대응으로 시작된 G20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경제 전반의 거버넌스 재구축을 모색하는 것으로 목적이 변해 시행착오가 계속되고 있다. 원래 G20은 국제협약에 근거한 것이긴 하지만 사무국 조직도 없는 포럼에 지나지 않는다. G7처럼 체제(자본주의 경제)와 가치(민주주의)를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강한 거버넌스 기구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세계경제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아가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완성되는 과정에는 ‘인계 절차’가 있었다. 그러나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버블 발생과 붕괴, 그리고 금융자유화 이후 동아시아 통화위기로부터 ‘과잉학습’을 해버린 중국은 위안화 절상이든 자본자유화든 독자적인 속도에 집착함으로써 국제통화로 발돋움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불안정한 과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를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경제정책에서 탈피하는 한편 역사적 구조변화를 연착륙시키는 과제 해결을 G20 리더들의 지혜에 기대한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후카가와 유키코::

△1958년생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와세다대 경제학 박사

△경력: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관, 일본학술회의 회원

△주요 저서: ‘한국-어떤 산업발전의 궤적’(1989년) ‘한국 선진국 경제론’(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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