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화산폭발 현장을 가다]“5만여명 집과 논밭 잃어… 보호시설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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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인도네시아 적십자대표 밝혀… 대한적십자 5만달러 긴급 지원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한 믄타와이 군도는 위생 문제가, 화산폭발 피해를 본 므라피 산 일대는 이재민 보호시설이 가장 시급합니다.”

울리치 웨인 국제적십자사연맹 인도네시아 대표(46)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인도네시아 이재민들에게 담요와 위생용품 등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고 임시 급식소와 진료소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웨인 대표는 무하마드 하디 아리핀 인도네시아 적십자사 재난담당 책임자, 수마르소노 인도네시아 적십자사 중앙위원과 함께 2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제4차 재해경감 아시아 각료회의’ 참석차 방한했다가 인도네시아 쓰나미 소식을 접했다. 그동안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해오던 이들은 29일 인도네시아로 떠나기에 앞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중에도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이 꾸준히 보고됐다. 이들은 30일부터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아리핀 씨는 “수도 자카르타 인근의 므라피 지역은 인구가 많고 대학과 문화시설도 잘 갖춰져 있던 곳”이라며 “다행히 재난경보시스템이 마련된 데다 지역 내에 상주하던 구호 인력이 있어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29일까지 므라피 화산 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총 37명이지만 화산재가 지역 일대를 모두 뒤덮은 상황이라 이재민은 2만 명에 이른다. 아리핀 씨는 “화산재가 집과 가축, 논밭을 모두 뒤덮어버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계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며 “이재민들이 당분간 머물 수 있는 시설 마련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므라피와 달리 믄타와이 군도는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수마르소노 씨는 “3개 구호팀이 섬 밖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매일 6m 높이의 파도가 몰아치는 데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섬으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며 “배로 이동할 경우 운이 좋으면 12시간, 나쁘면 48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는 지금까지 1만2000명의 이재민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4만 명이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는 400명에 이르는 쓰나미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해 가족들과 연계하고 생존자들을 위한 심리치료를 준비 중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인도네시아 피해 복구에 5만 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대한적십자사 측은 “피해가 더 늘어날 경우 국민성금 모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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