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동점타 왜 잡나”VS“안잡으면 역전 위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9월 18일 07시 00분


1점차 리드 9회초 1사 만루 파울플라이 잡아야 하나

선동열 “파울 판단땐 놔두는게 정석”
박종훈 “동점 줘도 9회말 남아 유리”
김성근 “역전주자 있을땐 아웃 우선”
16일 잠실경기. SK가 4-5로 뒤진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LG로서는 무실점으로 막으면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SK는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김재현. 볼카운트 2-2에서 김광수의 6구를 때렸지만 좌익선상을 벗어나는 큼직한 파울플라이. 그런데 LG 좌익수 김준호가 전력질주로 달려가 타구를 걷어냈다. 이때 3루주자 조동화는 여유있게 홈을 밟아 5-5 동점이 됐다. 이 경기는 결국 연장 12회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초반이라면 잡을 수도 있지만 9회초 공격만 무실점으로 막으면 이기는 상황에서 과연 동점과 아웃카운트를 바꿔야 할까.

○선동열“파울 판단 순간 잡지 않아야 한다.”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이같은 상황은 여전히 화제의 중심이 됐다. 광주에 있던 삼성 선동열 감독은 전날 경기를 지켜본 뒤 “좌익수가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안 잡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음타자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해야한다”고 전제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파울플라이를 잡는 순간 무조건 동점을 허용하기 때문에, 파울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잡지 않고 놔두는 게 정석이라는 뜻이었다. 리드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동점 후 2사 1·2루 상황에서 후속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면 역전, 범타로 처리하면 동점에서 끝난다는 계산이다. 어차피 2사후에라도 안타를 맞으면 역전인데 아까운 1점을 그냥 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박종훈 김성근 “파울이라도 잡는 게 맞다.”

그러나 잠실에서는 두 감독이 “아웃카운트와 1점을 바꾸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LG 박종훈 감독은 “사실 어제 경기 후 그 상황을 두고 TV 리플레이를 보면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했다. 결국 ‘잡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라면 선수들에게 잡으라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1사에 3루나, 1·3루라면 잡지 않는 것이 좋다. 그때는 안타가 나와도 동점만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상황은 만루였기 때문에 파울플라이를 잡지 않고 놔두고 남은 2명의 타자 중 1명이 안타를 치면 역전을 허용한다. 동점만 주면 9회말 공격과 연장전에 들어가더라도 공격기회가 상대보다 한 차례 더 있는 팀이 유리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맞은 편 덕아웃의 김성근 감독도 “3루와 2루에 역전주자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잡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1사만루 상황은 최소한 1점을 줄 확률이 더 높다. 파울플라이를 잡지 않고 점수를 주지 않을 방법은 삼진을 잡거나 병살을 유도해야하는 것 아닌가. 1점과 아웃카운트를 바꾸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어제 파울플라이를 잡지 않았으면 밀어내기 볼넷도 나올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이런 얘기에 “선동열급 투수가 마운드에 있다면 잡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나머지 아웃카운트 2개를 삼진으로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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