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최종 보고서 발표]민군 합동조사단이 새롭게 공개한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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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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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용 민군합동조사단장이 13일 국방부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윤덕용 민군합동조사단장이 13일 국방부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국방부는 13일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결론인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천안함이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 폭약 250kg 규모 CHT-02D 어뢰의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절단돼 침몰했다’고 결론 내렸다. 폭발 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에서 좌현 3m, 수심 6∼9m 지점으로 판단했다. 한글판 289쪽(영문판 313쪽)의 최종 보고서는 이런 결론을 입증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와 관련 사진 등을 실었다. 특히 5가지 새로운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
① 외부폭발 상황 韓美 2단계 검증 “수심 7m서 TNT 300kg 폭발”

보고서는 외부 폭발력을 2단계에 걸친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를 실었다. 1단계에서는 미국 조사팀이 폭발 위치와 폭약량을 판단했다. 3차원(3D)으로 촬영한 천안함 손상 정도를 감안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폭발 위치는 천안함 좌현 3m, 수심 6∼9m로, 폭약량은 TNT 200∼300kg으로 판단했다.

2단계는 한국팀이 맡았다. 미국팀과 영국팀이 분석한 것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좌현 3m, 수심 6m, 폭약량 250kg △좌현 3m, 수심 7m, 폭약량 300kg △좌현 3m, 수심 7∼9m, 폭약량 360kg 등 3가지 경우일 때 천안함 절단면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하면 천안함은 수심 7m에서 TNT 300kg 상당의 폭약이 폭발해 침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결과는 5월 20일에 발표한 ‘좌현 3m, 수심 6∼9m, 폭약량 250kg’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② 우측 스크루 손상 스웨덴팀 “폭발로 인한 급정지 탓… 좌초 아니다”

보고서는 좌초설의 근거로 거론됐던 천안함 우측 스크루의 손상에 대해 “스크루의 날개 5개가 모두 함수 쪽으로 동일하게 굽은 것은 좌초로는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며 폭발로 인한 급작스러운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 등에 따른 관성력에 의해 휘어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웨덴 조사팀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했다고 전했다.

좌측 스크루가 거의 손상되지 않았던 것은 폭발 당시 폭발력이 우측 스크루에 주로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폭발이 천안함 좌현에서 발생하면서 오른쪽으로 선체가 약간 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우측에 있는 스크루는 압착되면서 급정지했고 좌측 스크루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정지하면서 변형이 적었다”고 말했다.

③ 침몰 해역의 조류 물살 피하려 우회침투… 기뢰 부설할 상황 안돼

보고서는 침몰 해역의 조류 분석을 통해 북한 잠수함의 침투경로를 추정했다. 백령도 연안의 조류 속도는 0.42∼2.89노트, 외해의 조류 속도는 0.23∼1.82노트로 각각 나타나 잠수함은 조류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외해인 공해로부터 우회 침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어뢰의 속도는 30노트로 침몰 해역의 조류 영향은 작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고서는 조류 때문에 기뢰 공격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잠수함이 기뢰를 부설하려면 저속으로 운항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거센 조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계류기뢰는 거센 조류에 떠밀리면서 수면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물속에 깊이 잠긴 상태가 되기 때문에 천안함을 폭발시킬 수 없다고 분석했다.

④ 함내 CCTV 내용 6곳 영상 복원… 폭침 직전까지 비상상황 없어

천안함에 설치된 11개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 가운데 대상물의 움직임이 없어 촬영되지 않은 5개를 제외한 6개 카메라가 찍은 영상도 복원했다. 영상에는 디젤기관실과 가스터빈실에서 순찰 중이던 안전당직자와 후타실에 있던 하사 1명과 병장 2명, 상병 1명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승조원들의 복장과 표정, 함정의 안정적 운항 상태 등을 볼 때 천안함은 사건 발생 직전까지 좌초 등 비상상황 없이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갑작스러운 폭발로 선체가 침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⑤생존 장병들 진술 “기름냄새 나고 연돌 날아가… 전쟁났다 생각”

생존 장병들의 구체적인 진술도 공개했다. 26명은 폭발음과 함께 정전이 되면서 몸이 30cm∼1m 떴다가 우현 쪽으로 떨어졌으며, 41명은 기름 냄새를 맡았다고 진술했다.

한 부사관은 “물기둥 섬광은 보지 못했으나 기름 냄새가 났고 기뢰 어뢰 등 외부 충격으로 판단했다”고 했고, 한 병사는 “음파탐지 근무 중 특이한 신호나 소리는 없었으나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정전이 됐고 외부갑판으로 나와 보니 연돌 부분부터 잘려나가다시피 한 것을 보고 ‘전쟁이 났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합조단이 완전히 밝혀내지 못한 4가지 ▼

국방부가 13일 천안함 폭침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설명이 충분치 않아 완전한 의혹 해소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① 어뢰추진체에서 발견 못한 폭약성분

합조단은 천안함 선체에서 HMX, RDX, TNT 등 폭약성분이 발견돼 천안함 침몰이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정작 어뢰추진체에서는 폭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합조단 측은 “워낙 미량이다 보니 거대한 천안함에서도 100여 개 샘플 중 36개에서만 발견됐다”며 “어뢰추진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폭약성분이 없었을 수도 있고 우리 실력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② ‘1번’ 잉크, 북한산(産) 입증 못해

파란색 ‘1번’ 글씨의 잉크가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도 밝히지 못했다. 보고서는 “잉크 재질 분석을 위해 중국산 유성매직 5점을 분리 분석해 비교 시험했고 페인트 원료에 대해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특성분석센터에 의뢰해 정밀 분석했으나 대부분 국가에서 유사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국 식별이 제한됐다”고 해명했다.

③ 북한어뢰 카탈로그 미공개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북한산임을 확신하게 만든 근거였던 북한 어뢰 카탈로그도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합조단) 정보분석분과로부터 CHT-02D 어뢰의 이미지를 제공받아 10배 이상 확대해 이미지에 기재된 어뢰의 부분별 길이를 확인, 증거물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고만 설명했다. 군 당국은 “민감한 정보 입수경로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각종 자료와 도표, 시뮬레이션 자료까지 공개했음에도 카탈로그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④ 스웨덴 조사팀, “참여 부분만 동의”

합조단에 참여한 미국과 영국, 호주 조사팀장은 ‘이 보고서에 동의한다’고 서명했지만 스웨덴 조사팀장은 ‘스웨덴 조사팀의 참여와 관련 있는(relevant to the swedish team's participation)’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고 서명했다. 군 관계자는 “스웨덴 조사팀도 조사과정에 전반적으로 참여했지만 연합정보 태스크포스에는 참여하지 않아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며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보고서의 핵심에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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