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딛고 최선 다하는 네가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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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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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민지에게 띄우는 축구선배 소연의 응원

《두 달 사이에 축구장에서 ‘국민 여동생’이 둘이나 생겼다. 둘 다 작은 체격에도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타고난 순발력과 폭발적인 드리블, 기계 같은 골 결정력에 귀여운 외모까지 판박이. 최근 끝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로 이끈 지소연(19·한양여대)과 현재 진행 중인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행 일등공신인 여민지(17·함안 대산고) 얘기다. 3골 1도움으로 팀을 이끄는 ‘동생’ 민지에게 ‘언니’ 소연이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To 민지

아프진 않니? 민지야, 언니는 네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이 말이 입에서 맴돌더라. 언니도 월드컵을 앞두고 발목을 다쳐 많이 아팠거든. 몸도 몸이지만 그토록 꿈꿨던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할까 마음고생이 더 컸지.

이번 대회 직전 네가 십자인대를 또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했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언니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2년 전 생각도 나더라. 17세 이하 월드컵 대표로 나란히 뽑혔다가 네가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날 땐 정말 마음 아팠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는데. 언니가 괜히 미안해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

어쨌든 부상까지 이기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네 첫인상은 약간 무뚝뚝해 보였지. 말 많은 나와 달리 거북이처럼 말도 느리고. ‘친해지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고민까지 했었다니까. 근데 그게 아니더라. 말은 많이 안 해도 속이 얼마나 깊은지. 언니가 ‘애늙은이’란 별명으로 부른 것도 그만큼 믿음직해서 그랬던 거야. 내 마음 알지? 훈련할 때 넌 “언니가 부럽다”고 자주 얘기했지만 난 사실 너를 보면서 놀랄 때가 많았어. 힘과 집중력, 위치 선정 능력까지. 타고난 스트라이커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이제 독일전이지? 우린 준결승에서 졌지만 돌이켜 보면 자신감만 잃지 않으면 해볼 만한 상대라는 생각도 들어. 덩치가 크고 힘도 좋지만 너희에겐 빠른 스피드와 투지가 있잖아. 수비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역습 찬스만 잘 살리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민지야.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당부하고 싶다. 대회 기간엔 축구 외에 모든 걸 끊고 경기에만 집중해. 난 경기 전에 성경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너도 너만의 긴장 극복 노하우를 만들면 더욱 좋고.

엊그저껜 너무 열심히 응원하다 목이 쉬었어. 당분간 목소리가 안 나와도 좋으니 계속 좋은 소식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간 성인 대표팀에서 언니 패스를 네가 골로 연결지을 때가 오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여민지 파이팅.

From 소연

여민지(함안 대산고)

생년월일: 1993.4.27 포지션: 최전방 스트라이커 키: 158cm 별명: 탱크, 여자 루니장점: 위치 선정, 유연한 볼 터치, 반 박자 빠른 슈팅 주요 수상: 춘계, 추계 여자축구연맹전 중등부 득점왕(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득점왕(2009년)

지소연(한양여대)

생년월일: 1991.2.21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 키: 161cm 별명: 지메시, 축구 여제장점: 넓은 시야, 간결한 드리블, 프리킥 주요 수상: 20세 이하 월드컵 실버슈, 실버볼(2010년), 전국여자종별대회 대학부 최우수선수(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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