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면접관 뇌도 고정관념의 ‘포로’… 공정한 채용 자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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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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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판단 ‘편견’이 좌우…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정 흔해

우리의 뇌는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 고정관념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선입견의 포로가 되지는 않았는지 자기고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DBR 자료 사진
우리의 뇌는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 고정관념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선입견의 포로가 되지는 않았는지 자기고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DBR 자료 사진
미국의 어느 대학 캠퍼스. 한 무리의 남녀 학생이 교실로 들어가자 실험자가 간단히 실험을 소개한다. “이 실험은 남녀 간 수학적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30분입니다. 앞에 놓인 문제들을 최선을 다해 풀어주세요.”

이 남녀 학생들의 평소 수학 점수는 비슷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여학생들의 수학 점수가 형편없이 낮게 나왔다. ‘수학적 능력의 성 차이에 관한 연구’라는 말에 여학생들이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남학생들의 성적은 오히려 올랐다.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뇌

우리의 뇌는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 여성은 모성적이고, 흑인 남성은 공격적이며, 유대인은 지갑을 절대 열지 않을 것이라는 성적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아저씨는 뻔뻔하며, 요즘 애들은 버릇없다고 굳게 믿는다. 직업에 대한 편견도 만만치 않다. 예술가는 섬세하고, 정치가는 권모술수에 능하며, 사업가는 통이 크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평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여지없이 우리의 뇌에서 이런 고정관념이 불쑥 튀어나온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스키마(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의 틀)’와 관련이 있다. 뇌 속에 잘 조직화되어 있는 지식의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스키마 덕분에 인간은 복잡한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여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처음 보더라도 고양이와 닮았다는 점을 근거로 호랑이가 육식동물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지식의 틀인 스키마 덕분에 가능하다. 하지만 스키마가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낳는다는 게 문제다.

실제 우리는 고정관념에 의지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경험을 종종 한다. 연약한 아줌마, 정중한 아저씨, 예의바른 청소년, 정직한 정치가, 섬세한 사업가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다.

반면 기업들은 상업 광고를 제작할 때 고정관념을 최대한 활용해 광고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일반적으로 예쁜 여성이 모델로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를 본 여성들은 ‘나도 저 화장품을 바르면 저 모델처럼 예뻐지겠지’라고 생각한다. 멋진 남성 모델이 웃는 모습만 봐도 제품에 대한 호감이 절로 생기기 마련이다. 이처럼 사전에 제시한 자극이 다음 사건을 판단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뇌 속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을 자극하는 광고가 현대 남성들에게 끼친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준 실험이 있다. 한 집단의 남성들에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그린 TV 광고를, 다른 집단의 남성들에겐 성적 표현이 전혀 없는 광고를 보여줬다. 이후 두 집단의 남성들에게 여성 구직자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도록 했다. 성차별적 광고를 본 남성들은 다른 집단의 남성들보다 여성 구직자에게 더 바짝 다가앉았고 더 많이 치근덕거렸다. 업무 능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별로 기억하지 못한 채 여성의 외모만 주로 기억했다.

○자기고백의 시간을 가져라

사람의 얼굴을 판단하는 데 뇌에서 필요한 시간은 약 0.4초다. 우리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챈다. 그러나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겨우 0.2초다. 다시 말해 그가 누구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우리의 뇌는 상대방의 매력도를 알아챈다. 소개팅 자리, 맞선 자리에서 상대방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단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외모에 한해서다.

주로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의지해 내리는 이 빠른 판단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종종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직원을 채용할 때 남성 면접관들이 여성 구직자를 바라볼 때에도 이 회로가 작동한다. 정치가를 뽑을 때도, 선생님을 바라볼 때도, 심지어 성직자가 신도를 대할 때도 이 회로는 여지없이 작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빠른 판단 회로가 내린 선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양심이 동물적 판단에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력적인 이성 구직자에게는 그럴듯한 채용의 이유를 붙여준다. “우리 회사는 고객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데, 나는 왠지 이쪽 사람이 더 사회적일 것 같아” “입사서류를 보니 엄한 가정교육을 받았군. 우리 기업 문화에 더 잘 맞을 것 같아” 등의 이유를 붙여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다.

일련의 과학적 실험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면접관들은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암암리에 직무와 상관없이 매력적인 사람들을 뽑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면 자기고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총대를 메고 이 문제를 제기하며 한 번 더 토론해야 한다. “혹시 우리가 이 사람을 뽑은 이유가 외모 때문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면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면접하기 전에 면접관들에게 ‘우주나 바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줘라. 그러면 그들은 진지한 태도로 면접에 임할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9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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