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1만명… 사측-비정규직 노조 갈등 새변수 될듯

동아일보 입력 2010-07-27 03:00수정 2010-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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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근무자 정규직 인정’ 판결에 산업계 비상
한 회사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사내하청 형태로 생산 라인을 관리하는 관행이 보편화한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업종에서는 하청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돌릴 경우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2008년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63개 사업장 근로자 168만5995명 가운데 21.9%인 36만8590명이 사내하청 직원이었다.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 수는 파악돼 있지 않지만 전체의 30%로 가정한다고 해도 당장 원청 업체 정규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어야 하는 인력은 10만 명이 넘는다.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동차업계의 경우 전체 근로자 13만2046명 중 14.8%인 1만9514명이 사내하청 노동자로 조사됐다.

이번 판결의 당사자인 현대·기아자동차에서는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근로자 수는 현대차 7000여 명, 기아차 2800여 명 등 1만 명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26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2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끝낸 현대차의 노사 관계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업체인 현대차를 상대로 4차례에 걸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최근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현대차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회사가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조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조선업계에서도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현장 인력의 절반 정도를 사내하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4만여 명의 조선소 현장 인력 중 사내하청 업체 직원이 1만5000명에 이르고, 삼성중공업은 2만여 명 중 1만여 명이 사내 하청 업체 직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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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선업계는 원청회사인 조선사와 하청업체 직원들의 업무가 분명히 구분돼 있어 이번 판결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대형 조선회사가 선박 블록 등을 발주하면 이를 수주 받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해당 조선소로 출퇴근하면서 작업을 한다. 선박 블록 등이 대규모여서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관리를 위해서 조선소가 하청업체에 용지를 제공하는 게 관행이다. 철강회사들도 사내하청 형태가 보편화돼 있지만 자동차업계와 근무 형태가 달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경우 하청회사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지만, 원청회사가 2년이 되기 전에 하청 인력을 교체해 오히려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며 “각 기업의 입장과 사내하청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산업계는 물론 노동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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