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7>축제민속학…남도 민속축제의 뿌리를 찾아

동아일보 입력 2010-07-20 03:00수정 2010-12-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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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제사가 끝나면 대동놀이가 시작되는데, 그 예로 달집태우기, 액막이 놀이, 줄다리기 등을 들 수 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에서는 당산제를 지낸 뒤 마을 여자들이 액막이 놀이를 하고, 그 다음 날 달집을 만들어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줄다리기를 하기도 한다. 전남 구례군 간전면 양천리에서도 당산제를 지내고 달집태우기를 한다. 달집태우기는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하지만 디딜방아 훔치기는 주로 여성들이 한다.”》

◇축제민속학/표인주 지음/태학사

전남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호남지역 축제를 체계적으로 연구 정리했다. 이 책은 축제의 개념과 본질, 혼인과 제사를 포괄하는 가정축제, 통합의 장인 마을축제, 오늘날의 지역축제로 크게 나눠 분석했다. 축제는 가장 작은 사회단위인 가정에서 시작해 점점 규모를 확대하며 발전한다. 각각의 장에서 의례의 기원과 뜻, 절차, 의미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저자는 조상을 숭배하는 차례를 가정축제의 기본으로 봤다. 가족과 혈족을 통합하고 조상신을 섬기는 제의성을 가지면서 가족의 번창을 기원하는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혼인은 물론 죽음 의례도 축제의 범주에 넣고 전남 진도의 예를 들어 그 의미와 과정을 설명했다.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을 위해 차리는 사자상에 밥과 짚신 세 켤레, 돈, 담배, 술을 차리고 입관 후엔 씻김굿을 한다. 씻김굿을 하는 중간에 죽음이 생명의 잉태와 탄생으로 전환된다는 민간의식이 담긴 진도만의 특징 ‘다시래기’ 굿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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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축제에서 명절이 빠질 수 없다. 저자는 진도의 대보름 명절을 들여다봤다.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잡곡밥 먹기, 더위팔기, 논밭둑 태우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 여느 지역과 비슷한 행사를 치르지만 진도 특유의 전통인 ‘반지락 부르기’도 있다. 예부터 조개와 바지락을 팔아 식량과 교환했던 부녀들이 정월 저녁 금갑리 해안으로 나가 “모두 깔따구는 모두 다른 마을로 가고 금갑 개창에 반지락만 오시오” 하고 크게 외치는 풍습이다. ‘반지락’은 바지락을, ‘모두 깔따구’는 모기 각다귀(커다란 모기)를 가리킨다.

마을축제는 구성원에게 일체감을 주고 풍요를 기원한다는 점에서 가정축제와 같지만 정치적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규모가 확대된다. 마을축제는 흔히 남성 중심으로 인식되지만 전북 완주와 정읍에서는 여성 중심으로 전승됐다. 여성들은 정월 보름 당산제가 끝난 뒤 인근 마을에서 디딜방아를 훔쳐 마을 입구에 세우고 그 위에 피나 황토를 묻힌 고쟁이를 뒤집어씌웠다. 이는 잡귀의 범접을 막고 성의 해방감을 통해 풍요로운 생산을 도모하는 의식이었다. 마을축제는 산악이나 평야 등 위치한 지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콘텐츠에 따라 제사형과 풍물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지역 특색에 맞춰 지역축제가 어떻게 전승됐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먼저 현재 열리고 있는 호남 지역축제를 시기와 유형별로 분류한 뒤 지역축제가 발전적으로 계승되기 위해선 △내용에 맞게 축제 명칭을 바꾸고 △개최 시기를 통합 또는 분산하며 △지역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설을 활용해 지역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한 영암 왕인문화제와 진도 영등축제를 예로 내세웠다. 저자는 “전통 축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론적 뒷받침이 돼야 오늘날 축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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