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조사 경찰이 인종차별 언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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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인도인 조사 과정
손가락질하며 반말 투
인권위, 주의조치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인종차별적 언행을 한 경찰관에게 주의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인종차별 관련 진정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권고조치를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 씨(28)는 지난해 7월 오후 9시경 경기 부천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함께 탑승한 박모 씨(32)로부터 “더럽다” “냄새 난다”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박 씨는 후세인 씨와 함께 있던 한국인 한모 씨(30·여)에게도 “넌 조선×이냐. 새까만 외국놈이랑 사귀니까 기분이 어떠냐”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항의하던 후세인 씨 일행은 박 씨와 함께 부천 중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부천 중부경찰서 계남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양측에 “웬만하면 합의하라”면서 피해자 후세인 씨에게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호송차량 안에서 박 씨에게 “양복까지 입고 좋게 생기신 분이 왜 여기서 힘들게 사는 사람한테 그랬어요”라는 말도 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도 성공회대 연구교수 신분이던 후세인 씨에게 “어떻게 1982년생이 교수가 되느냐.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다른 경찰관은 박 씨에게는 존댓말을 쓰면서 후세인 씨에게는 손가락질을 하며 반말을 했다는 것.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은 국적 등에 대해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소홀히 해 피해자의 인격권 및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경찰관의 언행이 고의적이지 않고 인종적, 문화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교육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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