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편지/권태면]코스타리카 한국학교에 필요한 것

동아일보 입력 2010-07-03 03:00수정 2010-07-0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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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지구촌 편지’ 원고에 이곳 코스타리카 해변 관광도시에 있는 대한민국학교(School of the Republic of Korea)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이렇게 까마득히 먼 중미의 작은 나라에 현지인 학교가 한국이라는 이름을 붙인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학생 600명에 교사진이 30명이다. 한인들이 한 번씩 찾아가면 하얀 교복의 왼쪽 어깨에 한국학교 표찰을 단 중남미 혼혈 아이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콜럼버스처럼 왼쪽으로 태평양을 가로질러 끝없이 가다 보면 아시아와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온다고 하면 커다란 눈을 반짝거리며 신기해한다.

학교의 외형은 별로다. 누더기를 입은 사람처럼 건물이 시커멓다. 안에 들어서면 옆 교실 소리가 다 들리는 벌레 먹은 판자 칸막이, 구멍 난 양철 지붕에 벽이 없어 비가 들이치는 체육관이 안타깝다.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길가에 있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지나가며 학교 이름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켕긴다. 그래서 이 초라한 한국학교를 풀뿌리 방식으로라도 정성을 모아 좀 더 깔끔한 모습으로 고칠 수는 없을까 하소연을 했던 글이었다.

많은 분이 연락을 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팔순이 넘은 교육자 출신 선생님,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분, 이곳에 사는 동포 등 십시일반으로 보내준 성금이 1만 달러가 넘었다. 대전의 어떤 단체는 학교의 상태를 직접 보고 싶다고 직원을 보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국계 청년들이 이번 여름방학에 영어와 태권도를 가르치러 올 예정이다. 이곳에서 의류업을 하시는 분들은 다음 달 주말시장에서 재고 옷을 팔아 수익금을 보태겠다고 한다.

필자는 이처럼 높아진 국민의 의식 수준에 감동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전 국민이 하나씩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스페인에서는 0.7%라는 피켓을 든 시위대를 봤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데모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해외원조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0.7%로 올리라는 내용임을 알고 놀랐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올해 초 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나자 우리 국민이 순식간에 모은 성금이 3000만 달러에 이른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어서 이곳의 외교관 모임에서도 자랑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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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동, 20여 개의 교실과 강당 겸 체육관을 다 고치려면 3억 원은 들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번 연말에는 벽도 없이 비가 들이치는 체육관을 깔끔하게 고치고 페인트칠을 하여 정면에 ‘한국학교’라는 이름을 멋지고 잘 보이게 하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성금이 더 모인다면 교실도 1개동씩 새롭게 고치고 단장할 수 있다. 해마다 체육관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 교장과 함께 졸업장을 주어야 하는 한국의 대표로서 미리부터 마음이 뿌듯해진다. 도와주신 분에게는 지금의 모습과 달라진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관심이 있는 분은 이 학교도 볼 겸 세계적으로 식물과 동물이 가장 다양하고 청정 환경의 대표적인 국가로서 생태관광과 휴양지로 유명한 코스타리카에 관광을 와도 좋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아진 오늘날에는 정부 못지않게 국민과 국민 간의 만남과 소통이 더 근본적이고 소중한 일이 아닐까. 일부 고위관리보다 수백 명의 학생을 만나는 일이 더 필요하고, 총합외교 속에서 민간외교의 몫이 중요한 이유다. 코스타리카 해변에 우리나라 이름을 붙인 이 가난한 대한민국학교를 돕는 데 관심이 있으신 분과 대사관(koco@mofat.go.kr)이나 제 e메일(tmkwon79@mofat.go.kr)로 대화를 하고 싶다.

권태면 주코스타리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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