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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동아광장/이소연] 열한 번 도끼질하는 용기

입력 2010-06-25 03:00업데이트 2010-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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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지켜본 우주 꿈나무들
열번 찍어도 안 넘어간다면…
1992년 8월 11일 남아메리카의 기아나 쿠루 기지에서 대한민국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되었다.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에는 우리별 발사 소식이 연일 이어졌고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최초 인공위성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되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내 막내 동생은 모든 보도에 집중하고 관심을 보였다. 그러더니 인공위성을 만드는 박사가 되어야겠다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로도 줄곧 인공위성을 만드는 박사가 어디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궁금해 했고 후에 KAIST 학생이 된 내게 이것저것을 질문했는데 나는 그저 어린아이의 지나가는 꿈이려니 생각했었다. 사실 좀 집요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늘로 우주로 가는 인공위성이니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는데 귀찮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나가는 말로 “내가 알기로 인공위성 센터에 계신 많은 분들이 전자공학 공부를 하신 것으로 들었다”고 대답했는데 의아해하며 믿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에는 KAIST에 견학을 가서 인공위성 센터에 계신 분들께 일일이 여쭤보았더니 정말 전자공학을 공부하신 분이 많더라면서 자기도 전자공학을 전공해야겠다고 했다. 그때가 중학생이었는데, 지금 내 동생은 정말 KAIST 전자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인공위성이 아닌 다른 연구를 하고 있지만 ‘우리별’이 내 동생에게 꿈을 가지게 했고, 또 다른 꿈으로 인도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년 여름, 그리고 불과 몇 주 전에 발사 중계를 위해 나로우주센터에 갔을 때 길을 가득 메운 차 안에는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주변 해수욕장을 꽉 채운 아이들은 최초로 발사될 대한민국의 로켓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그곳까지 달려와서 날아가는 로켓을 향해 태극기를 흔들었다. 멀리 다른 나라에서 개발되고 발사되었던 우리별 1호를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나와 내 동생에 비하면 정말이지 실제적인 경험이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얀 연기와 함께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로켓을 보며 방방 뛰고 소리 지르던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생각하니 날아오르는 나로호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도 모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어서 너무나 서운하긴 하지만 그들이 진정 대한민국의 꿈나무라면 내가 타고 올라갔던 소유스 로켓보다 작았던 나로호를 보면서 “내가 다음에 로켓과학자가 되면 우주인을 태워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을 만들어야지!” “지금은 비록 실패했지만 나는 꼭 멋지게 우주에 도착할 로켓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어야지!”라고 다짐하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우리가 보여줘야 할 점은 안타까운 결과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구절 중 아직도 마음속에 간직한 말이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있다. 그리고 그때는 열한 번 찍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 배웠던 속담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였다. 그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열 번 찍는 노력을 한 것 같은데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변한 저 속담은 내게 해답을 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세상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참 많다. 생각해 보면 이제는 열 번 찍어 넘어갈 나무 같으면 욕심도 나지 않는 것 같다. 넘기기가 힘들기 때문에 넘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 나무가 더욱 대단해 보이니 말이다.



우리가 60여 년 전 가슴 아팠던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고 나서 세계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당당히 외쳤다면 이제는 열 번 정도 찍어서는 끄떡없을 나무가 보이기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이미 그런 나무를 발견하고, 지금 그 나무를 열 번 정도 찍고는 “엇!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네”라고 깨달은 순간인지 모르겠다.

나로호를 포함한 우주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눈에는 수많은 아름드리나무가 찍어 넘어뜨리고 싶은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땀 흘려 도끼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끄떡도 하지 않는 나무가 야속하기도 하고, 자칫 주제 넘은 도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쳐 있는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진정 필요한 점이 다시 일어나 열한 번 찍는 용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언젠간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도끼질에 안 넘어갈 나무는 없다고….

동아광장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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