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차두리 실수 때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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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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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SBS해설위원이 나이지리아전에 아들 차두리의 실수로 상대에게 선취골을 내줬을 때 아찔했던 기분을 솔직하게 밝혔다.

차범근 위원은 24일 미투데이(www.me2day.net )에 마련된 '차범근에게 물어보세요' 게시판에 올라온 문의 중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했잖아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그리고 나이지리아전에서 실수했던 선수들에게 8강 진출에 힘이 될 수 있는 말씀 한마디' 질문에 아들의 실수를 언급했다.

차 위원은 “두리가 반박자 늦어서 골찬스를 줬을 때 숨이 멎는거 같더라고. 온몸의 피가 쏵 발밑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차두리 선수 개인의 문제도 아버지 입장에서 걱정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리마저 주저앉으면 오른쪽이 없다는 거야”라며 “우리 범석이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생각해 봤어? 어린 나이에 그런 중압감을 이겨내기가 쉽겠냐고”라고 아르헨티나전에 차두리 대신으로 나와 비난 받은 오범석 선수를 감싸안았다.

“통화할 때마다 범석이 좀 잘 다독거리고 위로하라고 이른다”는 그는 “핵폭탄을 맞은 상처가 쉽게 회복되겠냐. 두리가 실수 이후에 그냥 주저앉아 버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을 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정수와 박주영에 대한 칭찬과 더불어 축구팬들에게 실수한 태극전사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부탁했다.

차 위원은 “우리 선수들도 다 여러분들의 동생이나 친구같은 나이야. 아버지나 선생님한테 야단 맞아도 슬프고 화나고 그러잖아. 그런데 융단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그 어리고 작은 가슴으로 받는다고 생각해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퍼.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미안해 하자고. 오케이?”라고 해설위원이기 전에 아버지 차범근, 전 국가대표 선수 차범근의 마음을 담아 글을 마쳤다.
▼ 이하 차범근 위원 답변 전문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누가 제일 잘했냐고?
독일말에 '끝이 좋으면 다 좋은것이다!'라는 말이 있어.
우리의 목표인 16강을 해냈는데 누가잘하고 누가 못하고가 뭐가 그리 중요해. 다 잘했어.

근데, 이정수는 정말 기가막혀. 내가 수원에서 데리고 있었잖아? 정말 영리하고 감각이 있어.
지금은 수비수지만 원래는 공격수 였어.
문앞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떨어지는 공은 머리든 발이든 다 집어넣어. 이번에 봤잖아???

그래도 이 경기를 통해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박주영이 골을 넣은거야.
자살골 넣고 완벽한 찬스 놓치고 그랬다고 뭐라고들 했는데, 사실 주영이가 주저 앉으면 우리팀에 가장 확실한 붙박이 공격수하나가 없어지는거야.

주영이는 마음이 여리고 굉장히 착해. 그래서 한국에 있을때도 내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그런데 멋진 프리킥으로 살아나더라고. 정말 기특해. 박수 한 번 쳐주자. 짝짝짝.

두리가 반박자 늦어서 골찬스를 줬을때 나는 숨이 멎는거 같더라고.
온몸의 피가 쏵 발밑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물론 두리, 이럴때는 차두리 선수라고 불러야 겠다.
차두리 선수 개인의 문제도 아버지 입장에서 걱정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리마저 주저앉으면 오른쪽이 없다는거야.

우리 범석이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생각해 봤어? 어린 나이에 그런 중압감을 이겨내기가 쉽겠냐고!!!! 통화할때마다 범석이좀 잘 다독거리고 위로하라고 이르기는 하는데 핵폭탄을 맞은 상처가 쉽게 회복되겠냐고!!!
두리가 실수 이후에 그냥 주저앉아 버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을 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지.

우리선수들도 다 여러분들의 동생이나 친구같은 나이야.
아버지나 선생님한테 야단 맞아도 슬프고 화나고 그러잖아.
그런데 융단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그 어리고 작은 가슴으로 받는다고 생각해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퍼. 두리더러 한번 안아주라고 하면 분명 지 힘자랑 하느라 헤드락을 걸어버릴테니 범석이가 더 힘들거고....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미안해 하자고. 오케이?


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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