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엔 ‘대한민국’… 뉴욕 물들인 붉은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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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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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대학원생 강우성 씨
“한글 세계에 알릴 절호 기회”
직접 제작 1000장 무료 배포

8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강우성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한글이 새겨진 월드컵 응원 티셔츠를 행인들에게 나눠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강우성 씨
8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강우성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한글이 새겨진 월드컵 응원 티셔츠를 행인들에게 나눠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강우성 씨
8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도심 한복판이 붉게 물들었다. 앞면에는 ‘대한민국’이라는 하얀색 굵은 글씨가, 뒷면에는 치우천왕과 그에 대한 한글 설명이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가 맨해튼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 앞 거리를 뒤덮었다.

뉴욕대 대학원생인 강우성 씨(27)는 이날 손수 제작한 월드컵 티셔츠 1000장을 한인 유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타임스스퀘어 앞에서 무료로 배포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맨해튼 거리는 티셔츠를 받기 위한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고 강 씨가 준비해 간 티셔츠는 불과 2시간여 만에 동났다.

“한국의 월드컵 응원 티셔츠에는 왜 한글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Be the Reds’나 ‘Go devils’처럼 영문을 쓰는 것이 멋있어 보이고 세계화 추세에 걸맞다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월드컵은 우리의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한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강 씨는 기호심리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글부터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블로그를 통해 다케시마가 아닌 독도, 기무치가 아닌 김치를 널리 알리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석사 마지막 학기인 그가 꼬박 두 달을 매달릴 만큼 이번 일은 쉽지 않았다.

4월 초 티셔츠 도안은 직접 그렸지만 문제는 5500달러나 하는 제작비용이었다. 강 씨는 이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작성한 20장짜리 스폰서 요청 공문을 한국 기업들에 보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두 번째로 인터넷 모금 청원을 위해 글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뒤늦게 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 치우천왕과 그에 대한 한글 설명이 기업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자사가 판매 중인 월드컵 티셔츠를 나눠주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을 거부한 강 씨는 무작정 티셔츠 도안과 기획서를 들고 코리아타운 상가와 미주 한인회, 유학생 모임 등을 돌기 시작했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했고 이 중 30여 명으로부터 성금을 모았다. 운 좋게도 옷 공장을 하는 한 교포를 만나 당초 계획보다 1000달러나 저렴한 4500달러에 1000장의 티셔츠를 제작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한인 사회에서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뉴욕이 아닌 버지니아와 필라델피아 등지에서도 성금을 보내왔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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