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초짜감독’ 갖고 논 LIG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4월 29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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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 배구인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자리가 무르익자 흥미로운 얘기가 나왔다. 내용인 즉, 시즌을 마친 뒤 팀에서 나가라고 해 짐을 쌌던 김상우(37) 감독대행이 LIG손해보험으로 되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 뒤(28일) 저녁 무렵, LIG손보는 김상우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박기원 전 감독이 시즌 도중 자진 사퇴한 뒤 감독대행을 맡았던 김 감독이 5, 6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는 아주 친절한 설명이 담겨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로서 우승 경험과 해설자와 수석코치로서 경험이 많아 LIG손보만의 색깔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 된다’는 수식도 포함했다.

하지만 LIG손보가 김 감독을 그토록 높이 평가했다면 왜 진작 선임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을까. 열혈 배구 팬이 아니더라도 알만한 이는 다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LIG손보는 다른 팀 감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감독은 최고 대우를 약속받으며 팀에 그대로 눌러 앉았고, 열심히 영입을 추진해 온 LIG손보는 ‘닭 쫓던 X’ 신세가 돼 버렸다.

이 과정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 그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될 때부터 LIG손보 행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사전 접촉’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감독의 경우, 접촉 자체가 규정에 어긋나진 않지만(다른 스포츠라면 템퍼링으로 제소감이다)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LIG손보가 높이 평가했던 김 감독은 ‘대행’ 꼬리표를 단 채 언제든 팀이 나가라고 하면 떠나야 하는 임시 사령탑이었을 뿐이었다. 실제로 김상우 감독은 그 감독이 올 경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정리대상이었다.

당연히 배구계의 시선이 좋을 수 없다. 대부분 ‘구단이 힘없는 초짜를 갖고 논 행동’이라고 고개를 젓는다. 김상우 감독이 과연 좋은 선택을 했느냐는 물음도 함께 나온다. 배구인의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그렇다.

나가란다고 나가고 다시 오라고 오는 감독이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뻔하다. 명색이 회사를 대표하는 프로 스포츠 감독이 회사로부터 존중 받지 못하는데 어떤 선수가 존중하며 상대 감독도 인정을 하겠는가.

LIG손보 내부사정에 밝은 어느 감독은 “김 감독 외에 딱히 대안이 없었겠지만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이번 일로 LIG손보는 명분도 신용도 다 잃었다”고 꼬집었다. LIG손보는 결국 한 때 ‘버림 받았던’ 김 감독이 ‘최연소 사령탑’이란 타이틀에 만족한 채 그저 마음을 추스르고 실리를 챙겨주길 기대해야겠지만 세상 일이 다 그런가.

회사에서 이미 내친 사람이 그 회사를 위해 충성하는 경우는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을 알고도 김 감독을 선택한 LIG손보는 정말 대단한 배짱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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