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벼락치기 달인’으로 부르는 중학교 3학년 이모 양(15). 중하위권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이 양은 중2 2학기 기말고사 때 벼락치기의 ‘예술’을 보여줬다. 시험 1주 전부터 벼락치기로 공부한 결과 전교 340명 중 200등대였던 성적을 72등까지 올린 것. 모든 과목에 신경 쓸 수 없었던 이 양은 단기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암기과목 위주로 공략했다. 먼저 상위권인 친구의 교과서를 빌려 메모한 내용을 복사했다. 그 뒤 외워야 할 핵심단어를 조합해 자신만의 ‘신조어’로 만들어 암기했다. 예를 들어, 국사 5단원 ‘조선의 성립과 발전’의 경우.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 농업생산력을 늘리기 위해 농사직설이 편찬됐다’는 내용을 암기할 땐 “세종 때 농사를 ‘직살’(‘직설’의 변형)나게 시킨다”고 되뇐 것. 이 양은 “비슷한 성적이던 친구는 ‘이미 늦었는데 담부터 제대로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성적이 더 떨어졌다”고 전했다.》
중학교 첫 중간고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학기 초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중하위권 중학생이라면 남은 일주일은 짧기만 하다. 하지만 포기 하기에는 이르다. 중학 첫 중간고사는 시험범위가 많지 않다. 전략을 똑똑하게 세우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중하위권일수록 벼락치기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중하위권을 위한 ‘똑똑한’ 벼락치기 노하우를 알아본다.
[전략 1] 마음이 10점을 좌우한다
시험 일주일 전. 주위를 둘러보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중간고사를 준비해온 친구가 수두룩하다. 이때 중하위권은 ‘이미 늦었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번만 망치고 다음부터는 꼭 준비해서 성적 올려야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 이병훈 에듀플렉스 자기주도학습전문가는 “중학교과과정은 내용 간 연결이 1차원적이고 사실상 단원별로 분절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마음을 잡고 공부하면 중하위권이라도 최대 평균 10점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집중을 방해하는 불안한 마음을 버리고 ‘남은 기간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자’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필수다.
[전략 2] 하루 단위 공부계획(×), 분 단위 공부계획(○)
마음을 잡았다면 전략적으로 계획을 짠다. 무작정 책을 펴기 전에 △현재 주어진 시간 △시험 과목 △시험 범위 △과목의 성격 △과목별 문제수와 출제유형을 고려해 공부계획을 세우자(표 참조).
6, 7일 전은 벼락치기의 ‘워밍업’ 단계다. 첫째 날 시험 보는 과목 중 시험범위가 적어 빨리 끝낼 수 있고 좋아하는 과목 중심으로 계획을 세운다. 첫 시험은 전체 시험에 대한 자신감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특히 중하위권들은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을 먼저 끝내면 안정감과 만족감을 얻어 다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
3∼5일 전은 ‘취약 부문 집중 공략기’다. 시험 전날엔 끝낼 수 없는 과목, 취약 과목 위주로 계획을 세운다. 이때 시험 둘째 날과 셋째 날 치를 시험과목을 적어도 한 과목씩 포함해야 한다. 전체 시험범위를 다 볼 여유가 없다면 어려운 단원 위주로 계획을 세운다.
시험 이틀 전은 ‘기억력 강화 단계’다. 그동안 공부한 것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 핵심. 새로운 것을 더 공부하기보다는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기다.
시험 전날엔 첫째 날 치를 시험과목을 총 정리한다. A4 용지 한 장에 핵심내용만 정리해 시험 직전까지 반복해 본다.
전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엔 ‘분’ 단위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단원 4개를 2시간 안에 끝낸다면 120분을 4로 나눠 한 단원에 30분을 공부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
신가혜 수박씨닷컴 학습전략과 책임연구원은 “벼락치기는 시간관리가 생명”이라면서 “30분 안에 끝내야 한다는 ‘마감효과’는 집중력을 높여 벼락치기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고 말했다.
[전략 3] 일주일 전 수업시간에 시험힌트가 쏟아진다!
요령 없는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수업을 듣지 않고 ‘나 홀로 벼락치기’에 도전한다. 잊지 말자. 학교시험의 출제자는 각 교과담당 교사라는 사실을. 시험 일주일 전엔 대부분의 교사가 시험을 출제하고 검토를 끝낸다. 이 시기 교사가 수업시간에 강조한 대목은 시험에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벼락치기를 하려면 등하교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공부에 총동원하는 ‘독한’ 자세가 필수다. △등하교 시간=영어단어, 암기과목 핵심 내용 △쉬는 시간=수업 시간 진도 복습 △점심시간=전날 공부한 부분 문제풀이, 공부하다가 모르는 부분 교사나 친구에게 질문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자습시간=전날 공부한 부분 복습, 수학문제 풀이 등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활용한다.
[전략 4] ‘철기로 널 괴롭혀 주겠다, 독한 놈아!’
사회, 과학 등 암기과목은 이미지로 연상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중1 과학 1단원 ‘과학 물질의 세 가지 상태’ 중 ‘물질의 상태와 분자 배열’을 공부한다고 가정하자. 고체의 경우 분자들이 촘촘히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은 수업시간 교실을 떠올리고, 액체는 비교적 불규칙한 쉬는 시간, 분자 배열이 매우 불규칙적인 기체는 방과 후 교실을 떠올리면 쉽다.
암기할 내용의 첫 글자를 따 새로운 낱말이나 문장을 만들어 기억해도 효과적이다. 중3 사회 1단원 ‘민주 정치와 시민 참여’ 중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우리나라 민주 정치의 발전 과정’을 공부한다고 하자. 혁명이 일어난 순서를 암기할 땐 ‘4·19혁명(1960년)-5·18민주화운동(1980년)-6월 민주항쟁(1987년)’ 순서의 앞 글자들만 따서 ‘사오육’으로 외우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단어의 일부를 모아 문장을 만들 수도 있다. 중2 국사 1단원 ‘우리 역사의 시작’에서 철기시대 무덤의 형태로 ‘널무덤’ ‘독무덤’을 외운다면 “‘철기’로 ‘널’ 괴롭혀주겠다. ‘독’한 놈아!”와 같은 문장을 만드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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