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침몰전 상황’ 해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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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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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국방부 해명천안함, 왜 백령도 앞까지어떤식 훈련인지 안밝힌채“北 새 공격 대응한 경비임무”당일 北 반잠수정 기동했나31일 “구체적으로 말못해”어제 “활동정황 발견안돼”

국방부는 1일 ‘천안함 침몰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27쪽짜리 자료를 내고 천안함 사고 발생 시간과 침몰 당시 상황, 속초함의 사격과 새떼 오인, 북한 잠수정의 활동 여부 등 그동안 쏟아진 의혹을 13가지 항목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이 중 일부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주로 천안함 사고 이후에 맞춰졌다. 천안함의 침몰 이전 상황은 여전히 명쾌하지 않았다.

특히 천안함 침몰 이전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천안함과 해군 2함대 사령부 간의 교신 내용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은 “무선통신 일지와 열상감시장비(TOD) 해군전술지휘통제체제(NTDS)가 동시에 공개되면 통신방식, 해상작전에 동원되는 공군기까지 우리 작전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해명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일지에 군사적인 내용이 많다. 공개하기는 곤란하고 여러분이 의심하는 사안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국방부는 이날 일부 발췌 공개도 거부했다. 군은 2002년 2차 연평해전 때는 교신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사고 당시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에 접근한 이유도 지금까지의 설명과 달랐다. 이날 국방부가 제시한 자료는 “정상적인 경비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천안함이 백령도에 다소 근접해 기동한 것은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응해 경비작전 때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원일 함장 부임 이후 이런 기동을 10여 차례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에 접근한 것은 높은 파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왔다. 이 처장은 “두 가지 이유가 다 있다”며 “피항을 시도한 게 아니라 경비구역 내에서 (천안함) 함장이 임의로 적절하게 기동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새로운 방식의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섬을 엄폐물로 이용하는 작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전후로 북한의 해상사격구역 범위가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미칠 것이라는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천안함과 속초함이 배치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천안함이 백령도 가까이 접근한 것도 북한의 사격을 피하기 위한 차원의 기동 또는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전에 북한 잠수함 또는 반잠수정이 기동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파도가 높은 상황에선 레이더로 반잠수정을 탐지하기 어렵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천안함 침몰 전에 황해남도 옹진군) 기린도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반잠수정 4척이 움직였고 2척만 복귀했다는 정보를 듣고 관계 기관에 확인했으나 복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북한 잠수정이) 자기 영해 내에서 움직이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다. 군사적인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 (천안함 침몰과) 직접 관련이 있거나 원인이 밝혀졌다면 몰라도 그런 것(잠수정의 기동상황)을 밝힐 수 없다”며 다소 모호하게 말했었다.

국방부는 1일 “천안함 사고 당시 인근 지역에서 북한의 잠수함 또는 잠수정의 활동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투입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정보 자산을 활용해 북한 잠수함이나 반잠수정의 움직임에 대해 철저히 추적, 관리하고 있고 사고 당일의 움직임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적어도 북한 내에서 반잠수정이 어떻게 기동했는지는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방부는 또 천안함 정비 부족 의혹과 관련해 “천안함에 물이 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올해 2월 자체 정비를 한 차례 실시했으며 2008년 선체를 육상에 들어올려 확인한 결과 선저를 포함해 선체 마모도와 노후도 등에서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동영상 = 초계함 침몰 직후 포탑위 생존자 구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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