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케빈 나 준우승, ‘클러치퍼트’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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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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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욱. 스포츠동아DB
나상욱. 스포츠동아DB
기자는 30일(한국시간) 플로리다 올랜도 인근 베이힐에서 막을 내린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관전했다. 전날 비로 최종 라운드가 순연돼 이날 현지시간으로 낮 12시에 대회가 속개됐다. 당초 오전 10시에 벌어질 예정이었으나 아침에도 올랜도 일대에 비가 내려 2시간 늦춰졌다.

여유있게 우승할 것으로 보였던 어니 엘스가 갑자기 샷이 흔들리면서 게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한 때 14언더파를 기록했던 엘스는 13번홀에서 더블보기, 14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2위 케빈 나의 추격을 허용했다.

2타 차로 좁혀졌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두 선수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골프는 쫓기는 자가 항상 불리하다. 쫓는 자는 승부에 큰 부담이 없다. 믿져봐야 본전이다. 엘스는 속개된 최종 라운드에서도 샷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2위 케빈 나와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관록이었다.

18살에 프로에 데뷔해 아직 PGA 투어 우승이 없는 케빈 나(27)는 기자와 만났을 때 우승의 요건을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날 승부는 운보다 관록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승부처는 17번(파3)홀이었다. 16번(파5)홀에서 버디를 낚아 엘스와 한 타 차까지 따라 붙었다.

이어 219야드 17번홀. 케빈은 하이브리드로 티 샷을 홀컵 5m에 붙이는 온그린으로 갤러리들을 흥분시켰다.

주중인 월요일에도 그 많은 갤러리들이 골프장을 찾는 것에 놀랐다.

그에게는 승부처에서 나온 신기에 가까운 샷이었다. 버디가 무난해 보였다. 그런데 15m밖에 온그린 한 이탈리아의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의 긴 버디 퍼트가 홀컵에 빠져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확 반전돼버렸다.

골프는 멘탈게임이라 분위기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짧은 거리에서 신중을 거듭한 케빈의 퍼트는 홀컵 1cm를 빗나가며 파에 그쳤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지만 17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면 최소한 연장전까지 해볼 수 있었다. 결국 이를 놓친 게 화근이 돼 18번홀에서 티 샷이 러프에 빠졌고, 레이오프 끝에 스리온으로 보기를 하고 말았다.

이에 비해 엘스는 17번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의 볼도 ‘에그 프라이’로 어려운 샷이었다. 그러나 이 위기를 파로 넘겼다. 18번홀에서도 세컨드 샷이 홀 주변의 러프에 박혔다. 이 위기도 절묘한 쇼트게임 끝에 파로 마무리하며 98년 이후 12년 만에 대회 우승자가 됐다.

엘스는 이번 우승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빠진 상황에서 첫 번째 2개 대회 연속 우승자가 됐다. 시즌 첫 번째 2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여자 피겨 김연아의 롱프로그램(프리 스케이팅)을 앞두고 NBC 방송의 캐스터는 “우승을 하는 게 슈퍼스타(Superstar must win the game)”라고 말했다. 우승을 하는 선수는 클러치 상황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케빈 나의 클러치 퍼트가 두고두고 아쉬웠던 대회였다.

베이힐(미 플로리다 주)|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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