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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너는 내 펫” 개사료 먹인 학교폭력

입력 2010-03-23 03:00업데이트 2010-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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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여라… 담배 사와라… 중학생 6명 1년 ‘노예생활’
경찰조사 받으며 피해자 부모에 “확 찔러버리겠다” 협박
‘잔혹’ 고교생 9명 적발
중학생 A 군(15) 등 6명은 ‘펫(Pet·애완동물)’이었다. 고등학생 박모 군(17) 등 9명은 동네 후배인 A 군 등을 ‘펫’이라고 불렀다. 올해 초 박 군은 A 군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자기 집에 데려갔다. 박 군이 두 손 가득 개사료를 들고 나타났다. “집에 일찍 가고 싶으면 개밥을 먹어라.” A 군은 박 군과 단둘이 있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 빨리 박 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A 군은 개사료를 씹어 먹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박 군 등의 괴롭힘은 최근까지 줄곧 이어졌다. 피해 학생 B 군(15)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박 군 등이 골목에서 속옷을 벗기고 성기를 잡아당기는 추행도 저질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A 군을 인질로 붙잡아두고는 A 군의 친구들에게 치킨집 광고전단을 모두 돌려야 풀어주겠다고 협박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켜 받은 돈은 모두 빼앗았다. A 군 등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기절놀이’도 당했다고 한다. 기절놀이는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졸라 쓰러지게 하는 위험한 놀이다. C 군(15)은 “기절놀이를 당해 쓰러져 있는데 박 군 등이 때려 깨웠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 D 군(15)의 어머니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은 노예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담배심부름은 기본이었다. 노숙인들이 구걸한 돈을 빼앗아 오라거나 폐지를 줍는 노인에게 대신 담배를 사오도록 시킨 적도 있었다고 한다.

박 군 등은 PC방이나 노래방에 놀러 갈 때면 언제나 ‘펫’으로 부리는 동생들을 데리고 다녔다. 라면을 끓여오라거나 담배를 사오라는 주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피해 학생들은 용돈에 세뱃돈까지 고스란히 박 군 등에게 상납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한 폭행으로 혼쭐이 났다.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피해 학생들은 입을 닫았다. D 군의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 휴대전화에 ‘돈을 만들어 와라. 못 가져오면 묻어버린다’는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다”며 섬뜩해했다. 또 다른 박모 군(17)은 아예 자신의 계좌번호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찍어 보내며 돈을 보내라고 시키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2일 동네 후배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가혹행위를 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고등학교 1학년 박 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가해 학생 4명을 추가로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군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A 군 등 중학교 2학년 학생 6명을 수시로 때리고 수백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동네 후배들을 몇 차례 때리고 돈을 빼앗은 것은 맞지만 개사료를 먹게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8일 박 군 등은 자신들이 때리고 돈을 빼앗은 장모 군(15)의 형과 그 친구들이 현장에 나타나 동생을 데려가면서 자신들을 폭행했다며 풍납지구대에 신고했다. 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1년 넘게 후배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잔혹한 행위를 한 사실이 들통났다.

가해 학생 중 일부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만난 피해 학생의 부모들에게 “당신 아이들이나 잘 가르쳐라. 나중에 두고 보자. 확 찔러 버리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피해 학생들은 이름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도 그 형들이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대요.”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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