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경환]동남아 ‘비즈니스 한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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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우리는 오랫동안 정든 이웃이었던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월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아시아 외교’를 선언했다. 같은 달에는 한-아세안센터가 서울에 문을 열었다. 6월 제주에서는 한-아세안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최초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아세안은 인구 5억8000만 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2년 이래로 5∼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이 크다. 금융위기로 올해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도 전통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려고 한다.

한국과 아세안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돈독한 관계를 맺었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서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이다. 지난해 아세안은 한국의 제3대 교역 지역이자, 제2대 투자 지역이 됐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단일 시장의 비즈니스 공동체가 됐다.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로부터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은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하며, 우리는 동아시아 기후변화 파트너십을 통해 아세안과 미래 녹색성장 분야의 협력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부터 아세안 국가를 잇달아 방문한다.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들를 예정이다. 대통령의 아세안 방문이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역할 증진에 크게 기여하리라 예상되므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우리의 주요 교역국이자 투자국으로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992년 수교 당시 4억9000만 달러에 비해 20배 증가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제2위 투자국이다. 현재 1800여 한국기업이 진출해 제조업 건설 유통 등 전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35만 명에 이르는 고용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철강 등 기간산업 투자와 전력,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해 베트남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인적 교류가 증가하고 한류로 친근감이 확대되는 현상도 양국 간 협력 증진에 큰 몫을 한다. 국내 취업 외국인 근로자 중 베트남인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에는 330여 개의 베트남 음식점이 있으며, 베트남에는 한국 드라마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캄보디아와는 1997년 외교관계를 재수립한 뒤 관계가 급진전되어 지난해에는 한국이 제2위의 투자국이 됐다. 초기 경공업 분야에서 건설과 금융으로 투자 분야가 다양해지고 규모가 늘고 있다. 한국기업에는 신흥 투자처이자 라오스와 미얀마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인식된다. 내전을 겪은 뒤에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한국을 모델로 삼고 개발경험을 전수받으려 노력한다. 훈센 총리를 비롯한 지도층 다수가 농촌 현대화를 위해 시행한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문화·관광 교류도 활발해 프놈펜에서는 수백 명의 캄보디아인이 한글 공부에 열심이다.

대통령의 아세안 국가 방문은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후속조치로 교역 투자 파트너에서 한걸음 나아가 경제발전의 멘터이자 든든한 동반자로 한국의 이미지를 공고히 심어줄 것이다. 또 이번 순방은 현지에 진출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예인이 주역이었던 한류 돌풍에 이어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한류 훈풍이 동남아에 불기를 기대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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