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전시 등 450개 프로그램 진행
작년 주빈국 터키의 2배… 사상 최대
“中, 출판자유 억압국” 비판도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인 중국은 4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문화강국의 위용을 과시했다. 13일 열린 개막식에는 시진핑 부주석(위 사진 오른쪽)이 참석했으며 박람회장 곳곳에서는 중국 전통 공연을 선보이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프랑크푸르트=신화 연합뉴스
《 ‘문명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인 중국의 전용 전시관이 마련된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 내 포룸관 3층 입구. 중국이 문명의 발상지라고 내세운 문구가 관람객을 맞았다.》 주빈국 중국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사상 최대 규모인 450여 개 프로그램을 통해 위용을 과시했다. 이는 작년 주빈국 터키의 200여 개 프로그램보다 2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은 전용 전시관에 문명의 발상지임을 강조하는 지도와 조형물, 인류 지식 전달에 획기적 기여를 한 종이와 대량 출판을 가능케 했던 목판 기술에 관한 유물을 전시하며 ‘문화발원국’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박람회장 한가운데 아고라광장에 마련된 대형 텐트에서는 경극 등 중국의 전통 공연이 관람객의 눈길을 멎게 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시 곳곳의 박물관과 호텔에서는 중국 영화 상영전, 중국 건축 사진전, 중국 문학 포럼 등을 개최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국인 유학생 뤼셴 씨는 “외국에서 열리는 중국 문화 전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현대 중국작가 50여 명을 초청해 끊임없는 대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중국의 문학 수준을 과시했다. ‘붉은 수수밭’의 작가 모옌을 비롯해 유머와 위트가 있는 작품으로 유명한 위화 등은 전용 전시관의 대담장과 시내 곳곳에 마련된 포럼장을 오가며 관객들을 만났다. 위화 등 5명의 중국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문학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외국의 시선은 아직 상업적인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해외에 자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쩌우추취(走出去)’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최대 규모의 행사를 열며 도서전의 주빈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출판의 자유가 제한받는 중국의 상황 때문이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원회는 중국 출신 반체제 작가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을 중국 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서전에 초청해 중국의 출판 자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개막식에서 “도서전에선 어떠한 논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말로 이 토론회에 지지를 표했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중국의 문화가 대대적인 조명을 받은 것에 대해 한국 출판계는 “동양권 전체에 대한 서구의 관심으로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반응과 “서양인의 눈에서 다른 동양권의 문화가 더욱 멀어지게 됨에 따라 불리할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중국에 대한 시각차는 국제출판업계에서도 나타났다. 도서전 기간 중 국제출판협회(IPA) 부회장에 선출된 백석기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출판의 자유가 제한받는 중국은 원칙적으로 IPA에 가입하기 어렵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출판업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국의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 출판계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