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준우]공기업 도덕적 해이, 의식전환 없는 대책은 헛일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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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몇몇 공기업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탈법과 비리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접하면서 공기업의 감사로서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공부문에 대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가 5.6점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180개국 중 40위에 머물렀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인 7.11점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나 청렴문화에 있어서는 OECD 30개국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정부는 국가적 부정부패 근절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각종 제도 개선 대책을 강구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비리를 차단하고자 정관과 사규 등 내부규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부패영향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또 계약 체결 시 온라인을 통한 전자입찰을 의무화했다. 내부감사도 과거의 규정 위반 등 행위 적발에 초점을 맞춘 사후적발감사 중심에서 업무성과 개선과 조직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사전예방감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이 모든 제도를 완벽히 갖춰도 직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좋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공기업의 비리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 비리 문제로 광물자원공사의 한 직원이 면직됐다. 큰 액수는 아니었으나 공사의 강력한 내부기준으로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광물자원공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이버 청렴교육을 강화했다. 사무용품을 함부로 쓰는 행위도 윤리에 어긋난다며 사소한 부분까지 지적한다. 그 결과 윤리의식에 대해 직원 스스로 이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갖게 됐다.

조선시대 사상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는 언제나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삼아 명예와 재리(財利)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절대 받지 말며, 공직자의 본무는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국가정책을 빠짐없이 알리고 민의의 소재를 상부 관청에 전하며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해 백성을 보호하라”고 가르쳤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청렴문화도 향상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남준우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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