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 인사를 둘러싸고 온갖 주문과 지적이 있지만, 각각의 직책을 가장 잘 수행할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역 안배가 얼마나 되느냐, 누구 인맥이냐, 재산이 많으냐 적으냐, 도덕성의 도마 위에 올릴 만하냐 아니냐 같은 것이 주된 관심사다. 이 정부의 첫 인사에 대해서도 ‘강부자(강남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S라인(서울시 출신)’ 같은 조어(造語)가 위력을 발휘했을 뿐, 그 범주의 사람들이나 그 밖의 사람들이나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은 과연 어떤지 따져보자는 논의는 거의 없었다.
정부 또한 국정수행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국정 성과를 높이겠다고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보다는 어느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 재산이 특별히 많지 않은 사람 등을 위주로 인물을 고르는 듯한 양상마저 보였다. 일종의 ‘네거티브 스펙(spec) 인사’라 할 만하다. 이런 방식으로 가장 유능한 정부를 만들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이번 인사의 초점을 ‘국민통합과 중도실용’ 구현에 두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점은 인사의 중요한 요소가 될 만하다. 그러나 가치관과 비전을 전혀 달리해 온 사람들까지 ‘반대세력 무마용’으로 다시 끌어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정부 인사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협조도 긴요하다. 말로는 탕평(蕩平)인사, 광폭(廣幅)인사를 강조하면서도 파벌이나 정당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게 방해하는 파당주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옹졸한 소(小)이기주의다. 정치권이 보다 열린 자세로 정부 인사에 협력하는 것이 결국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도덕성 문제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총리나 장관 물망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대개 50, 60대 연령층으로 1970∼90년대에 가장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 시대엔 그 시대의 통념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아닌 그 시대의 균형 잡힌 잣대에 비추어 도덕성을 따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야 인재풀을 더 넓힐 수 있고, 적재적소의 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