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매관매직인가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검찰은 그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춘성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치안감)이 부하 경찰관 이름으로 관리하는 차명계좌 20여 개에서 수년간 30억 원대의 돈이 입출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경찰 인사(人事)철에 한꺼번에 수천만 원씩 총 12억 원이 차명계좌에 입금됐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자금 출처를 캐기 위해 전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정 J 씨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철저한 수사로 매관매직 혐의의 전모를 밝혀내고 차제에 이런 인사 비리의 싹까지 잘라버려야 한다.

경찰 조직에서는 인사철만 되면 온갖 연줄과 정보력을 동원해 로비를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돈으로 자리와 계급을 사고파는 행태가 남아있다면 ‘선진국 문턱’에 섰다고 할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토착 비리와 권력형 비리의 단호한 척결’을 강조했다.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매관매직 비리는 토착 비리 및 권력형 비리와 연결되기 십상이다. 거금을 주고 자리를 살 정도로 타락한 경찰이라면 그 돈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상상되고도 남는다.

경찰뿐 아니라 다른 공직분야에서도 매관매직성 인사 뇌물 수수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올 6월에는 전북 익산시 박모 국장(57)이 승진 직후 시(市)의 실세 인사에게 3000만 원을 승진 대가로 준 혐의(뇌물공여)로 구속됐다. 올 5월에는 홍사립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뇌물 32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구청장직을 내놓았다. 앞서 김효겸 관악구청장도 인사를 둘러싼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청장 직무를 정지당했다.

지방자치단체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자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공직사회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의원 후보 사이에 금품이나 이권(利權)이 오고가는 비리가 다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금품 요구, 이권개입, 복지예산 횡령 등 부정부패로 구속된 공무원 116명의 혐의는 대부분 지자체장과 지방공무원이 토착세력과 결탁해 지역 이권사업에 개입한 구조적 비리였다.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려면 매관매직이라는 수치스러운 구악(舊惡) 행태를 비롯해 공직사회의 부패 고리를 철저히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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