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사례 연구로 생생한 경영 현장 공부
하버드대 MBA 수업은 100% 사례 연구(case study) 방식으로 이뤄진다. 창업과 경영을 직접 경험한 하디먼 교수의 강의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을 경영하며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 중 무엇이 잘됐고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알려준다. 강의의 백미는 사례 연구의 실제 인물이 강의 시간에 직접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학교에 오지 못하면 화상으로라도 학생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해준다.
하디먼 교수를 비롯한 하버드대 교수진들은 뛰어난 중재자(facilitator) 역할을 한다. 1시간 20분짜리 수업을 할 때 교수들이 말하는 시간은 길어야 5∼10분이다. 교수들은 끊임없이 학생들 간 토론을 부추긴다. 하버드대 MBA 수업이 100% 사례 토론으로 이뤄지는 건 900명이 넘는 학생이 쏟아내는 각기 다른 독창적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다. 성적에서 수업 시간 참여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하버드대는 지정좌석제를 실시하며, 모든 책상 앞에는 투표 기계가 있다. 학생들은 토론할 사례에 대해 자신의 찬반 입장을 미리 밝혀야 한다. 교수는 누가 찬성했거나 반대했는지 자신의 컴퓨터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타냐, 자네부터 시작해. 왜 찬성하지?” 교수가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외치는 말이다. 이후 “제이슨, 반대하는 이유가 뭐지?” “타냐와 제이슨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나?” “이런 상황을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의 답변과 토론을 유도한다.
○ 치열한 설전은 일상 풍경
때론 두 학생이 10분 넘게 얼굴을 붉히며 열띤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면 교수들은 “난 이런 상황이 너무 좋아”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일상 풍경이다.
강의의 압권은 마지막 5분이다. 난상토론을 지켜보던 교수가 개입해 학생들이 그 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아이디어가 얼마나 독창적인지,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등을 정리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멘트를 잘 엮어 그 수업에서 자신이 가르치려 한 의도를 명확히 전달한다. 정리되지 않은 학생 의견을 교수가 훌륭한 가르침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보면 절대 음감을 지닌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보는 듯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의 토론이 언제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모르는데도 교수가 이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교수님, 어떻게 모든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수업 시간에 나온 그 많은 얘기를 훌륭하게 요약 정리하실 수 있나요?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한 학생이 이 학교에서 20년간 재직한 한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20년간 수없이 가르친 사례를 강의하는 나도 수업 전에 4시간씩 준비를 한다네. 그런데 배우는 자네가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임원준 하버드 경영대학원 wlim@mba2010.hbs.edu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40호부터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 경영대학원과 영국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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