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종플루, 만반 대응하되 ‘공포’는 조장하지 말아야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신종 인플루엔자가 대유행 단계에 들어서면 사망자가 최대 2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보건복지가족부 실무자의 실수로 흘러나와 충격을 주었다. 항바이러스, 백신 등 방역대책이 없을 경우 전체 인구의 20%가 감염돼 0.04%가 사망한다고 추산했을 때를 가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정확한 사망률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종플루의 예방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되 공포심을 부채질하는 과민반응은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3500∼4000명 환자 대다수가 입원이나 자가(自家) 격리치료를 통해 완쾌했거나 치유되고 있고 사망자는 3명에 그쳤다. 치사율은 0.05% 안팎으로 멕시코의 1∼1.5%, 미국의 0.2%보다 훨씬 낮다. 신종플루의 전염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정도의 치사율은 계절성 일반 독감에 비해 높지 않다.

어제 있었던 등굣길 체온검사도 지나친 대응이었다. 2개의 귀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해 학생들이 교문을 통과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린 학교도 있었다.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불안했을지를 헤아렸다면 교실에서 재는 방법이 좋았을 것이다. 신종플루로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교에 들어간 학교가 48개교로 늘어났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분한 대처를 당부했다.

타미플루와 백신을 조기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국민의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항바이러스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병원에선 일반 감기환자들조차 “타미플루를 처방해 달라”고 떼를 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지난해 유행했던 조류인플루엔자에 효험을 보였지만 청소년이 복용할 경우 이상행동이 유발된다는 보고도 있다.

방역당국은 신종플루가 의심될 때 행동요령이나 거점병원 같은 정보를 국민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인터넷에 ‘신종플루’만 쳐도 질병관리본부 신종 인플루엔자 홈페이지로 연결돼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포심이 지나쳐 경제가 위축되거나 사회 혼란을 부르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위생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하고 돌아와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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