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은미]신제품-신소재 연계 개발을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정부가 조만간 소재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세계 10위의 수출국으로 성장했지만 소재 부문의 경쟁력 취약은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경제가 성장하고 수출이 늘어날수록 핵심부품소재의 수입 의존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0년대 들어 부품소재특별법까지 제정하여 정책적 지원을 확대했고 산업계도 주요 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질적인 성장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단적인 예로 부품소재의 대일(對日) 적자가 2001년 105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209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에 제조업의 총무역수지가 357억 달러에서 860억 달러로 흑자가 확대됐다. 소재산업의 무역수지는 같은 기간에 51억 달러 흑자에서 233억 달러 적자로 전환됐고 대부분이 대일무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대일 의존도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 석유화학과 섬유제품에서 흑자를 보였는데도 정밀화학과 비철금속제품에서 더 큰 폭의 적자를 나타냈다는 점은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들 품목이야말로 산업생산이 고도화되고 제품구조가 다양화하면서 비중이 높아지는 전자, 통신, 자동차뿐만 아니라 부품과 융복합 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기능성 소재이기 때문이다.

소재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대부분 유형의 제품에 투입되는 중간재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태양전지의 국산화와 관련 기술개발에는 높은 관심을 갖지만 태양전지의 모듈에 사용하는 폴리실리콘웨이퍼나 저철분 강화유리, 전극페이스트같이 이름도 생소한 소재를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최근 발표된 기술전략지도에서 에너지저장시스템, 구동 및 제어기술, 모듈 및 부품, 센서에 대해서는 기술개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스템 및 제어기술은 2013∼2016년에 확보할 계획이며 시스템 밀도, 내구 및 안정성 향상 기술도 2018년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표적인 신성장동력 제품조차 소재개발은 구색 맞추기 정도라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정보화, 첨단화, 다양화, 신속화로 집약되는 제품의 생산과 소비구조의 변화는 요구되는 소재의 기능과 공급체계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생산 판매뿐만 아니라 신소재의 개발과 기술, 공정에 이르기까지 소재산업과 수요산업의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연계 및 협력이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주요 산업에서 소재 및 중간부품의 수입의존도가 경쟁국인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점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산업 간 연계는 소재-수요기업 간 연계로 구체화해야 하며 주요 최종제품의 개발과정에서부터 핵심소재 및 부품의 개발과 국내 공급 계획을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재생산업체는 기술개발 투자의 위험감소는 물론이고 미래수요의 방향에 부합하는 신소재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신소재의 안정적인 시장까지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주력산업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소재공급국으로의 부상까지 바라볼 수 있다. 수요산업도 신제품의 개발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적합한 소재의 안정적인 국내 조달이 가능해진다. 정부의 소재산업 발전방안이 소재산업과 수요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선순환적 발전과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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