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영진]우리 주변서 찾는 ‘안티에이징’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한 달 안에 얼굴 주름 없애는 방법 없을까요?” “아기처럼 뽀얀 피부로 만들어주세요.” “연예인 ○○○가 갑자기 10년 정도 젊어 보이던데 저도 그렇게 해주세요.” 노화연구 및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의 소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늙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즉 안티에이징(Anti-aging)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미국의 정부기관 보고서에 의하면 인간의 평균수명은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꾸준히 증가해 1년간 2.2개월씩 늘었다. 현재의 80세 정도에서 더 증가해 곧 85∼90세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혹자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10∼15년 안에 과거의 수명 증가속도를 능가해 평균수명이 100세에 이를 것으로 본다. 단순히 오래 살려는 희망에서 더 나아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오래 사는 안티에이징이 현대인의 화두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젊어지고 싶은 욕망이 지나쳐 화를 부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페놀이 함유된 약품으로 피부를 벗겨내는 박피시술을 했다가 안면장애와 화상 등 부작용을 일으켰던 일도 이와 같은 경우다. 페놀박피술은 부식성이 강한 페놀을 여드름 화상 천연두 등의 흉터, 기미, 주근깨가 생긴 피부에 얇게 발라 피부를 평탄하게 하고 깊숙하게 박힌 색소를 제거해 매끄럽고 깨끗한 피부를 만드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페놀은 피부 근육층 바로 직전까지 들어가 피고름이나 화상을 초래하거나 심할 경우 심장세포에 독성을 끼칠 수 있다. 또 페놀에 섞는 약품의 종류가 의사마다 다르고 개인에 따라 적정 약품 농도가 달라지므로 오랜 경험이 없는 의사에게는 매우 위험한 의약품이라서 잘못 사용할 경우 진피층뿐 아니라 심부조직을 손상시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페놀박피술로 인한 부작용뿐 아니라 젊어지기 위해 비(非)의료인에게서 받은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든가, 간편하고 빠른 효과를 기대하며 맞은 보톡스나 필러 시술에 중독돼 얼굴이 이상하게 변형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이저박피술은 환자의 피부 두께, 피부색, 복용약물에 대한 정보나 검사 없이 시행할 경우 영구적인 반흔이나 착색을 남기며 얼굴의 볼륨감이나 윤곽을 위해 시술하는 미세지방 이식도 환자의 피부와 연부조직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검사 없이 무분별하게 시행하면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만들 수 있다. 더 위험한 일은 젊어지기 위해, 예뻐지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재료나 인체에 사용할 수 없는 공업용 실리콘과 같은 재료를 이용해 시술을 받을 때다.

안티에이징이란 올바른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평균수명을 증가시키거나 노화속도를 늦추어 활기찬 몸과 마음을 유지하게 해주는 방법을 의미한다. 누구나 원하는 안티에이징을 실천함에 있어서 수십 년 전부터 가치를 인정받는 방법을 이용해야지 1, 2년 반짝하고 세간의 주목을 받다가 사라져가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 헤맨다면 곤란하다.

사람은 대개 소중한 것이 항상 곁에 있으면 가치를 잘 모르고 시간과 돈을 들여 먼 데서 찾으려고 애를 쓴다. 안티에이징도 마찬가지다. 물론 줄기세포를 이용한 안티에이징 치료가 이미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 않다. 그보다는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우리 곁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하고 좋은 음식과 꾸준한 운동과 긍정적인 생각, 의학의 연구 성과를 이용해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바로잡으면서 외모를 아름답게 관리하는 일이 제대로 된 안티에이징의 비결이다.

이영진 차(CHA) 의과학대 교수·세포성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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