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 가입 석 달 만에 깨진 32년 노사평화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미국의 산업부품업체 쓰리엠(3M)은 1977년 9월 한국에 진출해 공장을 세웠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용 필름과 방진(防塵) 마스크를 주로 만드는 한국쓰리엠은 그동안 단 한 번의 파업도 겪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제조업체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큰 이 회사의 ‘노사 평화’는 산업계의 화제였다.

그런 한국쓰리엠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 설립 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올해 5월 14일 설립된 이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 가입해 민노총의 지시와 지도를 받았다.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지난달 2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한 데 이어 이달 17일부터 전남 나주공장과 경기 화성공장에서 동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30년 넘게 이어진 노사 평화가 민노총 산하 노조가 생긴 지 불과 석 달 만에 깨진 것이다.

한국쓰리엠 노사는 5월 26일부터 시작된 임단협을 통해 임금 인상 부분에선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인상과 함께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는 노조전임자 5명 인정, 근무평가제 개선, 생산직 여성근로자 처우 개선 등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파업으로 치달았다. 세계적인 LCD TV 호황과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한국쓰리엠의 주력제품인 LCD패널용 필름과 방진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공장의 생산규모 확대를 검토하던 쓰리엠 미국 본사는 파업이 발생하자 원점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결국은 노조원들의 일자리와 소득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사 평화의 모범을 보이던 한국쓰리엠의 분규는 다른 외국기업들의 대한(對韓) 투자심리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민노총이 노조 설립과 파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회사 측과 정부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노사 교섭에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관계자가 노조 측을 대표해 참여하면서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과격한 친북(親北)좌파 성향의 민노총이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순간 노사 관계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갈등으로 치닫는 사례가 많다. 그리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과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불법점거사건도 바로 그런 경우다. 민노총이 정말 일자리 창출, 근로자들의 복리후생 증진,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한 사례가 있다면 현상공모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다.

한국쓰리엠이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과정에서 시행한 구조조정에 대한 근로자들의 위기감도 노조의 강성 투쟁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민노총의 입김에 휘둘려 파업을 장기화하면 일자리를 통째로 잃을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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