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천병철]신종플루, 문제는 가을이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미국에서 최초의 감염자 7명이 4월 24일 나온 이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급속히 퍼져나가 세계적으로 공식 보고된 환자가 17만 명, 사망자는 1400명을 넘겼다.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감염자 집단이 계속 발견되면서 2100명이 넘는 확진자 중에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유행 초기부터 각국이 힘을 쏟았지만 감염 국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감염자와 사망자는 겨울철에 접어든 남반구 국가에서 급증했다.

유럽선 인구의 30% 감염 예상

얼마 전 보건소 전염병관리자 교육 중 이 유행이 언제 끝날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몇 달째 밤늦게까지 관련 업무에 시달리는 담당자로서 희망에 찬 답변을 듣고 싶었겠지만 사실은 반대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인 유행은 시작도 안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지난 세기에도 적어도 3번 있었고 그때마다 지역사회인구의 20∼40%를 감염시켰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계절 인플루엔자와 달리 인구 중에 면역된 비율이 없거나 매우 적기 때문에 감염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계절 특성, 1918년 스페인독감이나 1968년 홍콩독감과 같은 기존의 신종 인플루엔자의 유행시점, 현재 겨울철인 호주와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의 유행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도 가을과 겨울에 걸쳐서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정점을 이룰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남반구에서 분리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0%가 신종 인플루엔자로 이미 대치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가을철 대유행에 대비한 백신 준비 등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다. 7월까지의 근거를 바탕으로 유럽 질병관리본부에서 추정한 신종 인플루엔자의 예상 발병률은 인구의 30%, 입원율은 환자의 2%, 치명률은 환자의 0.1∼0.2%, 유행 정점 시 결근율은 12% 정도이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30∼40년 주기로 반복됐다. 또 1997년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체감염 사례가 지속되면서 세계보건기구의 경고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1990년 말에 신종 인플루엔자에 의한 대유행 대비계획을 세웠다. 백신의 개발과 투자, 항바이러스제의 비축, 병원의 대응능력뿐 아니라 대유행 상황 시 기업 학교 군대 공공시설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할지에 대한 훈련을 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비계획을 만들었지만 인식이나 대비는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충분한 백신 확보가 급선무

현재 유행하는 신종 인플루엔자는 감염력이 계절 인플루엔자보다 높아서 매년 11월경의 유행보다 더 빨리 지역사회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대비책은 백신 확보다. 이제 막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대유행 백신을 얼마나 많이 이른 시간 내에 확보하는가가 우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오랜 기간 투자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이제야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는 단계이다. 현재 우리나라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목표는 인구의 27% 선이다. 다른 선진국의 목표나 현재까지 알려진 고위험군, 접종이 필요하다고 권장되는 의료인이나 대응인력을 감안할 때 넉넉하다고 할 수 없다. 또 확보되는 백신의 양에 따라 누구에게 먼저 접종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보건의료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보건의료의 노력이 일차적으로 필요하지만 사회 어느 한 분야도 대비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 시간은 많지 않지만 가을 대유행에 대비한 점검과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천병철 고려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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