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댓글 ‘지지’-‘비판’만 끝까지 치열

입력 2009-08-17 03:02수정 2009-09-2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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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갈수록 ‘중도 의견’ 사라져
“자신과 같은 의견 추종 결국 극단적으로 흘러”

■ 3대 포털 동일 기사 분석

인터넷은 자신의 의견을 쉽고 편하게 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의견이 다를 경우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기보다 점점 더 양극으로 갈리는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인터넷 토론의 특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기사는 지난달 6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기사 가운데 하나였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3대 포털에 지난달 6일 주요 기사로 실린 연합뉴스의 이 대통령 재산 기부 기사 댓글을 전수조사해 시간대별 추이를 분석했더니 ‘중도가 사라지는’ 인터넷 토론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 중도가 사라진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욕설이나 무의미한 기호의 나열, 동일 내용 중복을 제외하면 댓글은 모두 6646개였다. 취재팀은 댓글을 △재산 기부가 잘한 일이라는 댓글(지지) △재산 기부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댓글(비판) △지지와 비판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댓글(중도)로 분류했다. 그 결과 지지(2661개)와 비판(3337개), 중도(648개)로 의견이 나뉘었다.

취재팀은 이 댓글을 먼저 달린 순서대로 10개의 구간으로 나눴다. 그 결과 지지와 비판 의견의 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지만 명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중도’ 의견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감소했다. 순서상 맨 처음인 1구간(1∼764번째 댓글)에서 140개로 18.3%를 차지한 중도 의견은 2구간(765∼1443번째)에서 12.1%로 감소했고 마지막 10구간(5972∼6646번째)에서는 4.6%까지 추락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 행위에 대한 의견이 뚜렷하지 않던 사람들이 타인의 의견에 급격히 동조했거나 적어도 중도 의견을 밝히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논쟁이 진행되면서 중도적 의견은 줄고 양극의 견해만 남은 셈이다. 이는 인터넷이 토론을 통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 자신과 같은 의견을 확인하고 이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공간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 인터넷으로 인한 의견 분열

본보 조사 결과에 대해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박한우 교수는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 중간층 의견은 처음부터 찬성, 반대 의견보다 적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개진한 사람들은 중간층에 비해 빈도가 높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의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이에 따라 자기만의 의견에 스스로 고무되면서 결국 극단적인 흐름을 보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만을 추종하는 현상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사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 카스 선스타인 교수는 ‘리퍼블릭닷컴 2.0’이란 저서를 통해 “인터넷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같은 의견만 보게 하는 경향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선스타인 교수는 개인 블로그를 조사해 이들이 어떤 글을 블로그에 링크하는지 살펴봤는데 90% 이상이 자신과 같은 견해를 가진 것들만 링크했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최준호 인턴기자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4년

임동현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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