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병두 총장의 ‘교육정책 퇴보 우려’ 공감한다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서강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직에서 이달 말 물러나는 손병두 총장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신문 인터뷰에서 “자율과 경쟁을 강조했던 정부의 교육정책이 규제와 통제로 역주행(逆走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출신으로 대학 총장을 한 그의 발언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가 급속히 바뀌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어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마련한 ‘사교육 대책안’이 발표됐다. 수험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2년 입시부터 고교 1학년 내신을 입시에 반영하지 말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때 백지화했던 심야 학원교습 금지조치도 다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이 이들의 사교육 대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방안은 손 총장의 말처럼 자율의 역행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고1 내신을 반영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고 수능시험 준비에 몰두할 수도 있다. 심야 학원교습 금지는 음성 과외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매번 정부 대책의 빈틈을 교묘하게 뚫고 나가는 것이 사교육 시장이다.

정부는 내년에 도입하는 자율형 사립고의 입시 방식을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학생 선발권이 없는 반쪽짜리 자율학교이다. 정부는 지난해를 ‘대학입시 자율화의 원년’이라고 부르면서 대학입시 업무를 대교협에 이양했으나 다시 개입했다. 지난 대선에서 ‘교육의 자율과 경쟁을 확대해 인재(人材)대국을 만들겠다’던 공약은 간데없고 급속히 규제와 통제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교협 회장으로 입시업무를 넘겨받았던 손 총장은 “정부는 대교협에 자율을 주었다면서 ‘3불(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을 유지하라’고 요구한다”면서 “이게 무슨 자율이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대학에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그는 “입시 다양화를 위한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인데 과대 포장되었으며 잠재력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수학능력을 보고 학생을 뽑아야 한다”며 점진적 실시를 요구했다.

정부가 연일 쏟아내는 교육정책은 지난 정권 때보다 더 통제와 평준화 쪽으로 이동한 느낌이다. 교육정책에서 사교육비 경감만을 목표로 눈앞의 대증요법에 매달리는 한 더 큰 실패가 우려된다. ‘교원평가 학교평가를 통한 공교육 강화로 병의 근원을 치료해야지, 엉뚱한 처방을 하면 부작용만 생긴다’는 손 총장의 말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