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태호]‘동아시아 FTA’가 최선이다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우리나라는 1993년 멕시코가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면서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멕시코 상품에 비해 불리한 차별을 받을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여러 지역에서 FTA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주의가 확산돼서 이런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우리도 자체적으로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으며 한-칠레 FTA가 바로 첫 번째 결과였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초기에 지역주의를 방어한다는 측면에서 FTA를 체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수출시장 확대라는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여러 나라와 지속적으로 FTA 체결을 추진해 오고 있다.

FTA를 추진함에 있어서 수출시장 확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FTA는 수출시장 확대의 의미도 있지만 국내 시장의 개방이 확대된다는 의미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TA 확산이 우리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개별 FTA가 늘어갈수록 원산지 규정의 관리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자그디시 바그와티 교수가 지적한 바 있는 ‘스파게티 볼(Spaghetti Bowl)’ 효과를 우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여러 FTA가 존재할 경우 기업경영은 물론 각국 정부의 세관업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양국 간 FTA가 많이 형성되기보다는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중심의 FTA가 더 바람직하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포함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개별 FTA보다 다자간협정 바람직

우리나라도 앞에서 지적한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기존의 FTA 정책을 평가하고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나 일본과의 FTA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우선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각각 쌍무적인 FTA를 추진하는 방안이 좋은지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쌍무적인 FTA 체결 외에도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소위 동북아 FTA를 형성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FTA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세안+3(한중일) FTA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은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 중심의 FTA가 역내시장 확대를 이용해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한중 및 한일 FTA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담도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임을 고려할 때 한중 FTA는 대중국 수출의 획기적인 증대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양국의 임금수준을 고려할 때 대중국 수출보다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훨씬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중소기업과 농업부문의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일본과의 FTA 추진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대일 무역적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2008년 대일 무역적자가 370억 달러를 넘어섰음을 고려할 때 이는 경제적 효율성을 논하기에 앞서 정치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앞으로 FTA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FTA 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아세안+3 FTA뿐 아니라 여기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포함하는 아세안+6 FTA, 또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FTA로 전환하는 방안 등의 논의를 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경제발전 단계가 현저히 다른 국가가 포함돼 있고 특정 국가 사이에는 정치적인 문제도 남아 있어 단기간에 경제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이 지역에서의 무역자유화 협상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정상 무역원활화 논의를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무역자유화 협상을 추진하기에 앞서 무역을 원활화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이행하는 정책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지역 내의 여러 국가가 각종 기준과 표준의 조화, 상호 자격 인정, 관세절차 간소화 등 무역 원활화 방안을 다 같이 추진할 때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무역 원활화가 가시적으로 축적된다면 추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FTA 협상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무역 원활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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