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中은밀한 경제전쟁, 확전으로 가나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은밀한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철강제품으로 촉발된 국지전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조만간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에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양국의 화해를 위한 진사(陳謝) 사절로 중국에 파견됐다. 그는 베이징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미국은 재정적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달러 가치를 지킬 것”이라며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중국의 의구심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겉으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고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관영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이 가이트너의 방중 기간에 “중국은 달러 표시 자산의 축소를 고민해야 한다”는 리포트를 내는 등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중국도 속내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은 2조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이 달러 표시 자산이고, 그중 8000억 달러 이상은 미국 국채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화가 급격한 약세에 빠지면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처지가 된다. 더구나 그 돈은 중국 인민들이 미국에 재화를 팔아서 받은 돈이므로 ‘인민의 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배경에서 중국은 여차하면 미국채 투자를 중단하고 달러 자산을 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공개적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막상 중국의 외환보유액 운용 상황을 보면 이런 기류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채의 총보유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장기국채와 단기국채의 비중에 미세조정은 있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국 국채를 사서 소화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미국이 추가 발행한 국채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미국채 가격이 하락한다. 즉, 중국이 미국의 신규 국채를 소화해주지 않으면 기존 국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파국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밉든 곱든 미국채를 계속 사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둘째, 만약 중국의 국채 매도로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치 하락이 가속화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즉,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중국의 대미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은 자산 손실보다 훨씬 뼈아픈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수출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수출이 1% 낮아질 때마다 대략 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중국에 대미수출의 감소는 곧 사회 불안정을 뜻한다. 즉, 고용 안정을 위해 수출을 유지하려면 달러 약세를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중국 역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의 회복이 없을 경우 내수만으로는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미국은 달러 가격의 일정 부분 약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할 묘수가 없다는 지점에서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국제 경제는 난마처럼 얽히고설켜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이 멕시코 만에 어떤 폭풍우를 몰고 올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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