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승렬]中, 대북 경제지원 재검토할 때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1주일이 다 돼 가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결의안이 얼마나 ‘실효적 제재’ 내용을 담고 중국이 동참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북제재의 유효성은 중국의 참여 여부로 결정된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번에는 중국도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대와는 달리,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 정부의 반응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핵실험에 ‘단호히’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유관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원칙을 지키고,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안보리도 평화적 문제해결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어디에 기인할까.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이중적 정책을 유지한다. 이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움직임을 등한시할 수는 없다. 한편 중국은 국익 보호를 위해 북한과의 특수관계 또한 포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는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동조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 내부의 대북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경고는 하되 북한의 생명줄인 북-중 경제관계를 차단할 생각은 없다. 한마디로 성의는 보이되 적극적 행동 의지는 없는 셈이다.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치 않으며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친중(親中) 정권을 기대하는 중국에 적극적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이중적 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이제 중국은 경제대국으로서 이중적 대북 정책을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입각한 투명한 정책으로 통합시켜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중국이 불투명한 북-중 경제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무력화하거나 전통적 우호관계 유지라는 명분으로 북한 내부의 강경세력을 비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경제대국으로서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북-중 경제관계이다. 중국은 북-중 경제관계에서 민간무역과 정부 차원의 경제지원을 명확히 구분하고 전략물자 수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중국 기업의 대규모 대북투자는 핵문제의 진전과 북한의 경제개혁을 전제조건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북한과 중국 고위층의 상호방문에 수반되는 경제지원 방식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중국이 진정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려면 북한에 정확한 메시지 전달과 북-중 경제관계에 대한 투명한 지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북한이 핵 개발 이유로 제시하는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해 중국은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 중재자의 역량을 보일 수도 있다. 북한 문제를 축으로 하여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영향력 확대 게임 양상을 보이는 모습은 장기적으로 보아 결코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과 미국이 북한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를 보장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약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이 대북정책을 투명성과 보편타당한 원칙 위에서 조율할 수 있을 때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갈등 구조 속에서 중국을 괴롭히고 있는 정책 딜레마도 사라질 것이다. 북핵 문제는 중국의 진정한 국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동북아 신질서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대국(大國)으로서 중국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해 본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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