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정규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노조 때문이라니…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노동부는 26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에 대한 분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의 요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근무하는 7703개 회사(41만5000여 명)의 시간당 임금 총액을 분석한 결과 양 계층의 임금 차가 2007년 15.2%였으나 지난해에는 12.9%로 2.3%포인트 줄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총 임금 차는 27.8%였으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9.6%로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가 더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자료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보도자료는 문제점이 많다.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노조의 유무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발생시키는 주 원인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 유무보다 임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력과 학력, 근속 기간 등이며 이는 노동부도 인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력과 학력”이라며 “노조 유무는 세 번째 요인쯤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는 연령, 학력, 경력, 근속 기간 등은 같다고 가정한 채 분석했다. 노동부는 “노조의 교섭력에 따라 임금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관행적으로 노조 유무에 따라 임금 격차를 분석해왔다”며 궁색하게 변명을 했다.

정부가 최근 ‘노사관계 선진화’, ‘공공기업 선진화’ 등 일련의 노력을 통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하지 않은 잘못된 노사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은 옳은 일이다. 실제로 기관장의 책임성이 민간기업보다 떨어지는 공공기관에서 노조가 단체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과하다는 판단이다.

노동부는 좀 더 정직하고 당당해야 한다. 진심으로 차별받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안타깝다면 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엉뚱하게 노조 유무로 비교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은 정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노동부의 의도가 그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이날 오후부터 인터넷 언론매체 등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노조가 있는 기업일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기 시작했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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