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달러-재정-투자 3각함수 풀려면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이번 글로벌 위기의 해결 과정은 간단히 말하자면 민간의 부채를 정부 부채로 이전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했다. 실물경기의 회복을 위해서 적극적인 재정 투자로 경기 부양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나마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는 것도 이같이 적극적인 자금 공급과 재정 투자 덕분이다.

그러나 국가 재정에도 한계가 있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서 경기를 부양하고 금융기관을 살릴 수는 없다. 정부가 과도하게 돈을 공급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른다. 올 하반기 최대 리스크가 물가 상승인 이유도 과도한 자금 공급과 정부 재정 투여의 후유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오른다. 이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대에서 3%대를 넘겼다.

현 시점에서 국가 재정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재정을 통한 경기회복만이 거의 유일한 방책임에도 재정이 안정적인 국가가 세계적으로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영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3%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다른 서유럽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12%대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말이면 누적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도 1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3%의 금리로 계산할 경우 이자만 30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달러의 위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진 이면에는 달러의 위기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이런 상태에서 만일 내년에 재차 경기가 하강할 경우 재정 부족으로 경기침체 탈출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방향성을 상실한 채 불안감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위기는 국가 재정 문제를 포함해서 지난 30여 년간 누적된 글로벌 불균형 성장의 후유증을 치유해야만 본격적으로 탈출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주요 공업국가 중에서 재정 건전성이 가장 좋다. 역설적으로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한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재정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산업에 기업과 가계의 자금이 동시에 투입돼야 위기 탈출이 가능해진다. 달러, 재정, 투자의 변증법을 미래의 시각으로 재구성할 시점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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