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직원들 동기 유발하면 조직변화가 절로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 실패하는 변화프로그램과 해법

미국의 한 대형 금융기관은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가 3개월 만에 직원들의 저항에 부닥쳤다. 이 제도를 기획한 변화추진팀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변화에 대한 막연한 배경 설명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회사 측은 즉시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에서 비용 절감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스토리를 제시했다. 한 달 만에 직원들의 동기유발 지수는 35.4%에서 57.1%로 올랐고, 사업 첫해에 경영 효율성도 10% 정도 개선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맥킨지의 캐롤린 에이켄, 스콧 켈러 컨설턴트는 변화프로그램의 실패는 직원들이 환경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에 대한 9가지 해법을 소개한 논문을 ‘맥킨지 쿼털리’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4호(6월 1일자)에 소개될 예정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설득력 있는 스토리 △역할 모델 △강화 메커니즘 △역량 구축 등 4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처방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때 흔히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맥킨지가 지난해 3199명의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직 변화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조사한 결과 기업 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변화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은 10년 전 수준인 30%대에 머물렀다.

저자들은 4가지 기본 요건별로 인간의 심리적 특징을 고려한 9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할 때는 막연하게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식의 진부한 설명보다는 사회, 고객, 회사와 주주, 소속 팀, 개인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의 행동을 강요하는 커뮤니케이션도 금물. 직원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행동할 때 변화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복권을 이용한 행동실험 결과에 따르면 복권 번호를 직접 기입한 실험 참가자가 무작위로 복권 번호를 받은 참가자보다 복권을 되사겠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 5배 이상 높은 가격을 불렀다.

변화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잘못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조직의 피로를 높이고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건설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가 조직변화의 역할모델이 되려면 자신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 모습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4%의 남성은 자신들의 운동 능력이 상위 50% 이내에 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리더들을 움직이면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실패의 원인이 된다. 변화프로그램의 성공은 조직의 수용성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각 구성원에게 맞는 인센티브 등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일반적인 예상처럼 금전적 보상이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금전적 보상의 절대적 크기보다 기대치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 예기치 않은 소액의 보너스가 조직원에게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직원들이 변화 과정과 결과에 대해 공정하다고 느낄 때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 느낌, 신념을 면밀히 살피고 직원들이 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을 현업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장애요인을 제거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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