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태원]‘파트 타이머’ 보즈워스의 한계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0일이면 취임 3개월을 맞는다. 90일 동안 일정이 바빴다. 특별대표 임명 직후인 3월 초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를 순방한 데 이어 7∼12일에는 러시아를 제외한 6자회담 참가 3국을 한 번 더 방문했다. 대북정책 공감대 확산을 위한 ‘듣는 외교’를 강화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평가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의 탓은 아니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를 막아내지 못했고 북한은 2차 핵실험 강행을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래 공전되고 있는 6자회담은 재개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아예 “6자회담은 죽었다”고 외치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이유 중 하나로 그가 ‘파트타이머’라는 점을 들 수 있다. 2001년 2월부터 맡고 있는 보스턴 인근 터프츠대 외교안보전문대학원인 플레처스쿨 학장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대표 전임자였던 크리스토퍼 힐 주이라크 미국대사는 2005년 2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겸 6자회담 수석대표가 된 뒤 4년 동안 열일을 제쳐두고 북한 핵 문제에 다걸기(올인)하다시피 했는데도 성과가 미미했는데 1, 2주일에 1, 2일씩 워싱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북한을 어르고 달래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 달성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일각에서 어차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수행하기 위해 안정된 직장인 대학학장직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조지 미첼 중동특사, 리처드 홀브룩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가 현재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그동안 고비마다 보여준 언행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두 번째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던 12일 일본 도쿄(東京) 공항에서 “(방북 문제를) 향후 수 주간 검토해 보겠다”고 한 것은 북한에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해 준 좋지 못한 메시지로 꼽힌다. 방한 기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에 대해서도 설이 분분하다. 한 외교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에 ‘나는 대화론자다. 그리고 햇볕정책을 신봉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 김 전 대통령을 찾았다면 북한이 노리는 한미공조 와해 전략에 정확히 부응하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외교행위는 이른바 ‘악행에 대한 보상’일 수 있다. 최악의 행동을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외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를 특별대표로 임명한 이유도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빗나가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라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강조하는 ‘스마트 외교’는 북한이 도발하면 서둘러 당근을 제시하며 위기를 누그러뜨려 왔던 전임 행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 기저에 흐르고 있다. 향후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상원인준이 마무리되면 보즈워스 특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오바마 행정부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파트타이머라고 실패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전임 정부 시절 파트타임으로 국무부 인권담당특사직을 수행했던 제이 레프코위츠 씨의 경우 후임은 상근 대사급으로 격상된다. 이것은 결국 파트타임 직무수행의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국무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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