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 車업계, 일본의 ‘그린카’ 넘어서야 산다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일본 혼다자동차의 친(親)환경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가 4월 중 일본에서 1만여 대 팔려 신차 중 1위에 올랐다. 2월에 처음 나온 인사이트는 휘발유 1L로 30km를 가는 높은 연비(燃比)와 최저 189만 엔(약 2420만 원)인 낮은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차에 대한 감세(減稅) 조치도 인사이트의 약진에 한몫했다.

저속일 때는 전기로, 고속일 때는 휘발유로 엔진을 돌리는 하이브리드카는 그동안 미래형 자동차로 소개됐지만 어느덧 현재형 자동차가 됐다. 수소연료전지(電池) 자동차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그린카’다. 갈수록 환경규제가 엄격해져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고 연료를 덜 쓰는 친환경 고효율 자동차가 아니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이브리드카 세계시장 규모는 2000년 2만 대에서 내년엔 150만 대로 커지고, 2025년엔 전체 자동차 시장의 58%인 5000만 대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재편 회오리에 휩싸인 가운데 그린카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 일본 도요타는 이달 중 하이브리드카 신형 모델을 내놓는다. 미국 GM은 전기를 주(主)동력원으로 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볼트’를 내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GM은 자구계획서에 이를 명시했다. 독일 등 유럽 업체들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깨끗한 가스를 배출하는 클린 디젤엔진이나 디젤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도 뒤질세라 열심히 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7월 액화석유가스(LPG) 기반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를 시판하고 내년에는 중형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을 계획이다. 자동차 생산에서 세계 5위인 한국은 연구개발(R&D)에 더욱 매진해 그린카 4강 진입 목표를 이루고 이어 세계 선두인 일본의 그린카를 뛰어넘어야 산다.

자동차산업은 과거로 먹고살 수 없다. 세계 자동차산업 중심지였던 미국 디트로이트는 빅3의 위축으로 공장은 생산을 중단했고 시내 상점도 상당수 문을 닫았다. 한국 자동차산업도 거기서 배워야 한다. 그제 김종석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투쟁 머리띠 대신 어깨띠를 두르고 서울의 한 상가에서 행인들에게 ‘쏘렌토R’ 전단을 나눠주며 홍보에 나섰다. 이 행사 자체는 평가받을 일이지만, 작년까지 18년 연속 파업을 벌인 파업중독증을 극복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그린카 R&D나 생산성 개선 노력도 노사 안정이 없으면 모래성(城)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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