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정숙]유가공개, 거품 빼는 계기로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정유사별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8일부터 온라인에서 공개돼 논란이 뜨겁다. 발표에 따르면 4개 정유사의 L당 공급가격은 제일 싼 회사와 비싼 회사의 차이가 17원 정도이다. 또 보통 휘발유 소비가격은 세전 정유사 가격이 535원이며 여러 세금(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을 포함한 주유소 판매가는 1552원이라고 한다.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는 SK에너지가 가장 싸지만 주유소 판매가는 가장 비싸게 나타났다. 유통구조 때문에 도매가로 조사된 회사와 소매가로 조사된 회사가 차이 나므로 첫 주의 발표만으로 어느 회사 제품이 가장 싸다고 판단하기에는 성급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주별 단위로 공개하는 정유사의 공급가격 정보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의 개정에 따른 것이다.

주유소 기름값 여전히 비싸

정부가 정유사의 도매가격까지 공개하도록 한 조치는 높은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1995년 이후 주유소 간 거리제한을 폐지했고 1997년에는 석유시장이 자유화되면서 고시가격제를 폐지했다. 정유사는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에 따라 가격을 결정했으나 고시가격제 폐지 이후에는 자율적으로 정하게 됐다. 거래제한이나 고시가격제 폐지 이후 정부는 석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 1975년 이후 30년간이나 금지한 주유소 간 제품 거래를 허용했다. 일반 판매소의 동종 판매업종 간 제품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려 한 조치이다. 최근에는 정유사 가격공개 주기를 월별에서 주별로 보고하도록 했고 석유수출입업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시장을 더욱 경쟁적인 구조로 만들고 가격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다. 특히 시장에서 규제를 완화해 생산자 혹은 판매자 중심의 경제구조가 소비자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환되도록 하는 정부 정책은 장기적으로 소비자 복지를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공급자에게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가격구조, 판매구조의 복잡화로 답답했지만 이번 판매가격 공개는 소비자에게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결과적으로 유통단계별 정보가 공개돼 소비자가 유통마진에 대한 가격정보를 알게 되므로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다. 가격정보 공개만으로 원하는 정책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탄력세율 도입-담합 단속을

실제 시장에서는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지불하는 석유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 일부 지역에선 주유소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인하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의 주유소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격정보 공개가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중요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포함된 세금의 비율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시장에서의 거래관행 개선과 석유류 제품 판매로 인한 세원 확보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여 소비자에게 싼 가격의 석유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탄력적인 세율로 가격의 연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배타적 공급계약이나 선 공급-사후 정산, 정유사 간 가격담합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적극적인 행정조치와 감독이 필요한 부분이다. 소비자 또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소비자의 역할이 기대되므로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와 적극적인 정보 탐색으로 시장에서의 합리적인 경제 행동이 요구된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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