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실적 호전, 환율효과에 취해선 안 된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세계 2000대 기업 중 금융을 제외한 1243개 기업의 실적이 작년 4분기(10∼12월)를 고비로 악화됐다. 직전까지 8∼9%를 유지한 매출증가율이 평균 ―0.6%로 추락했다. 올해도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그중 44개 한국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07년 13.2%에서 작년 24.3%로 높아졌다. 이런 실적 호전을 근거로 국내 경기의 회복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년 사이에 18.7% 오른(원화절하) 덕분에 수출이 잘된 ‘환율효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 LG경제연구원 조사결과 글로벌 기업의 작년 매출증가율은 자국 환율 기준으로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순으로 높았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거꾸로다. 그중 한국 기업의 달러 기준 매출증가율은 2007년 16.4%에서 작년 5.1%로 급락했다.

환율효과가 빚어낸 착시현상이 분명한데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자만하면 곤란하다. 이제 그 환율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8일 환율은 달러당 1247원으로 거래가 마감돼 작년 10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125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머지않아 1100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수출기업들로서는 고환율기에 누렸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환율이 1200원 선에 이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추정 보고서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올해 선진 33개국 중 8위인 208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2014년까지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어제 전망했다. 이런 낙관론은 장차 수입도 늘고 수출은 더 늘어 흑자 기조가 정착돼야만 성립할 수 있다. 요즘 무역흑자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한 데 따른 축소형이어서 걱정스럽다. 올해 수출의 경우 물량은 대체로 유지됐지만 단가는 하락했는데 상품경쟁력이 있어야만 환율 하락에 맞춰 단가를 올릴 수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미 3월에 “환율효과는 연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은 8일 “환율효과를 계속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창조적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 대표들은 환율 하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환율 대책만으로는 경쟁력 유지에 한계가 있음을 정부도 기업도 확실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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