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광우병 파동 1년…안전평가 전담기관은?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1년 전 ‘광우병 파동’의 중심에 있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식품안전관리 행정체제의 일원화’가 지지부진한 점에 대해 답답함을 털어놨다. 식품 안전 문제를 책임지고 이끄는 ‘컨트롤 타워’를 빨리 갖춰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본보 5일자 4면 참조 ▶“PD수첩,언론의 ‘자유’만 외쳤지 ‘책임’은 보여주지 못해”

정 전 장관이 말하는 컨트롤 타워라는 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홍역을 치른 뒤 국민에게 식품 안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 중의 하나로 국무총리 산하에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2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둔 이 위원회는 식품 안전과 관련이 있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농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7개 기관의 장과 국무총리실장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 각 부처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을 조율한다.

이처럼 식품안전관리 행정체제 일원화라는 모양새는 그럭저럭 갖췄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능이 독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품의 ‘위해(危害) 평가 기능’과 ‘위해 관리 기능’이 분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에게 식품 안전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다른 이해관계자의 입김에 영향 받지 않고 제공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위원회에 소속된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의 안전성 평가’와 ‘농가 관리’를 함께 맡고 있어 농산물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있어도 농가의 눈치를 보며 발표를 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식품 위해의 평가와 관리 기능 분리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12년 전부터 권고했던 내용이다.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 권고에 따라 조직을 개편했다. 위원회의 민간협의회 회장인 이철호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최근 프랑스의 식품위생안전청(AFSSA) 방문 경험을 들려줬다. 독립된 식품 위해 평가 기능을 갖춘 AFSSA 측은 “우리는 국회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식품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는 얘기였다. 일본의 식품안전위원회도 “민간위원으로만 순수하게 구성돼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평가에만 전념한다”고 소개하더라고 전했다.

물론 문제가 터질 때마다 조직을 바꾸고 새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외양만 갖춘 위원회 하나로 비슷한 사태를 막을 수 있으리라 안심하긴 힘들다.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시위와 정치적 갈등 탓에 우리가 치른 사회적 비용을 다시 헤아려보면 말이다.

조은아 산업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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