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권희]예보위원회 땡땡이 3인방

  • 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석 1회, 대리출석 7회, 결석 12회.

기획재정부 차관: 출석 없음, 대리출석 3회, 결석 17회.

한국은행 부총재: 출석 1회, 대리출석 8회, 결석 11회.

예금보험위원회의 당연직 위원 3명이 지난 1년간 20차례(서면회의 2차례 제외) 열린 위원회를 얼마나 소홀히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출석부다.

예보위는 공적자금을 관리 감독하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 등의 양해각서(MOU) 이행상황을 점검 관리하는 일, 넓은 의미의 세금 관리를 한다. 금융위, 한은, 재정부의 2인자를 당연직 법정위원으로 넣은 것은 세 기관의 정책능력을 종합하고 집행에 협조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3인의 출석률은 대리인까지 보태도 33%에 불과하다. 물론 이들이 18일에 한 번꼴인 회의에 개근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만 해도 회의 개최일인 3월 11일엔 런던 출장을 가야 했고 2월 25일엔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참석해야 했다. 이럴 땐 담당 간부를 대신 보내면 되는데 그마저 실적이 시원찮다. 지난 1년간 대리출석을 포함해 세 기관의 대표자가 한자리에 모인 적은 한 번도 없다. 위원장인 예보 사장과 민간위원 3명이 거의 매번 출석해 안건을 처리한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러고도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까.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은행은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적극 나섰다가 작년에만 1조 원의 손실을 내 징계를 받을 처지다. 우리은행은 2007년 똑같은 투자실패로 5800억 원의 손실을 봐 작년 4월 부행장 3명이 예보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투자손실과 징계가 반복되는 것은 외형확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은행 경영진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우리은행을 관리 감독하는 예보와 예보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예보위가 예보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또 예보위의 책임은 누가 나서 따질지 궁금하다. 무책임 공사, 무책임 위원회가 그냥그냥 굴러가는 형국이다.

예보위 회의록에도 예보나 예보위가 우리은행의 추가 투자손실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한 위원은 작년 4월 회의에서 2007년과 같은 손실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을 물었다. 당시 소명을 하기 위해 출석한 우리은행 부행장은 “추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투자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문답만으로 투자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면 예보위를 따로 둘 필요가 없겠다.

5월은 구조조정의 달이기도 하다.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됐고 40조 원의 구조조정기금은 이달 중 활용되기 시작한다. 7월에 다시 운영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치할 준비도 해야 한다. 은행의 부실채권과 기업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돈은 국민세금이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투입해선 안 된다. 과거 11년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7조9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쓴 우리은행은 올해 3월엔 1조 원의 자본확충펀드를 받았고 얼마나 더 손을 내밀지 모른다. 우리은행 경영실패가 앞면이라면 ‘당국의 감독 잘못’이 뒷면이다. 미국 영국의 감독당국은 금융기관 부실의 책임을 따질 때 감독 잘못을 스스로 거론한다. 우리 감독당국은 은행의 부실책임은 가볍게 묻고 감독 잘못은 아예 말하지 않는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