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국민 혈세로 미국 GM 살리기?

  • 입력 2009년 4월 16일 21시 19분


4·29 국회의원 재선거 유세 첫날부터 여야 지도부는 인천 부평으로 총출동했다. 이번 선거는 대선도 총선도 아니다. 대다수 국민도 무관심하다. 그럼에도 여야는 부평을(乙)에서 이겨야 진짜 이기는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편다. GM대우 처리 문제가 부평을 선거의 최대 쟁점이다. GM대우 부평공장은 1만1000여 명의 직원을 비롯해 관련 종사자만 20만 명이 넘고 지역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GM 본사 탓에 더 어려워진 GM대우

여야는 후보부터 GM대우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내세웠다.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정통 산업통상경제 관료로 자동차 산업 관련 정책을 다루었던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이다.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GM대우 근로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을 거쳐 재정경제부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을 지냈다. 여야는 GM대우를 화끈하게 지원하고 부평 경제를 당장 일으켜 세울 듯이 공약을 내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부평 경제를 어둡게 하던 먹구름이 물러날 것”이라 호언했고,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GM대우와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추경예산안에 6500억 원 규모의 예산은 꼭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GM대우 회생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건 야건 이런 식으로 유권자 환심 사기에 급급해선 안 된다. 여당은 GM대우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 부평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야당은 추경예산안에 넣겠다는 6500억 원을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민간회사에 국민 세금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말인지, GM대우가 아무런 구조조정도 안 하고 정상화 계획이 없어도 그 돈을 퍼주겠다는 뜻인지 분명히 할 일이다.

GM대우는 생산 물량의 90% 이상을 미국 GM본사의 세계 판매망에 의존해 수출하고 있다. GM본사가 파산하면 GM대우는 수출 대금도 못 받기 때문에 살아날 수가 없다. 6500억 원을 지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하면 결과적으로 미국 본사로 갈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그동안 GM대우가 자금난에 빠진 것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자동차의 대금을 미국 본사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본사는 자신들이 자금난으로 죽을 지경이라 GM대우보다 자신들의 앞가림이 더 급할 것이다. 본사로부터 받을 돈을 못 받아 어려워진 회사를 지원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세금으로 미국의 GM본사를 돕는 것이 된다.

독일은 GM오펠 함부로 지원 않는다

여야는 GM대우의 이런 구조적 상황을 알고도 세금을 통한 지원을 약속하는 것인가. 더구나 미국 GM본사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 정부조차 추가 자금 지원 요청을 일단 거부했다. 그런 GM본사의 경영진은 부평을 재선거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여야 정당이 사실상 GM본사에 대한 지원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독일의 GM오펠도 GM대우와 비슷한 처지다. 독일에서도 9월 선거를 앞두고 GM오펠 지원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기업에 국민 세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또 지원자금이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닌지 하는 논란이 거세다. 미국 GM본사는 자금 지원이 없으면 2만6000명이 일하는 GM오펠을 파산시킬 것이라고 협박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투자자를 찾아오라며 요지부동이다. 이에 비해 우리 정치인들은 사태 파악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 세금을 우습게 여기는 것인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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