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진타오의 對北자세 우려된다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그동안 설득해왔으며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는 응답이 고작이었다. 후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채택하자는 아소 다로 일본 총리의 제의에도 “정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냉정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대응을 문제 삼은 것이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을 방관하는 듯한 후 주석의 태도가 매우 실망스럽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다. 안보리는 2006년 10월 14일 북한의 5일 전 핵실험을 규탄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구경꾼처럼 바라보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다. 아시아 대표로 상임이사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정작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을 모른 체한다는 말인가.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상임이사국으로서 해야 할 도리다.

북한이 위성 발사라고 아무리 우겨도 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이 탄도미사일임을 중국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침묵은 북한의 도발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유엔 안보리가 분열돼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제재를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북한이 갖게 할 수도 있다.

중국의 대응은 러시아와도 비교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하고, 나아가 발사 후 강력하게 제재하지도 못한다면 어느 국가가 유엔 결의를 무겁게 판단해 존중하겠는가.

중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공연하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G2’로 자임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침묵하면서 G2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북한의 평화위협과 도발을 끝내 모른 체한다면 중국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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