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유소년축구 최장수 감독의 ‘26년 신조’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19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뤘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박종환 청소년대표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유소년 축구에 투자를 지시했다.

육사 출신 박정기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당시 유현철 한전 감독의 도움을 받아 사상 처음 유소년 축구 지도자를 공채로 뽑았다. 그리고 전국 46개 한전 지점에 파견해 지역 유소년을 키우도록 했다. 독일 출신 국제축구연맹(FIFA) 지도자를 초빙해 훈련 방법까지 강의했다.

26년이 흐른 지금 정한균 순천중앙초교 감독과 강상기 마산 합성초교 감독 2명만이 지도자로 남아 있다. 여태 한곳에서 살아남은 그들만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정 감독은 “선수 발굴과 성적을 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학부모 관리였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내 자식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감독은 철저하게 실력에 따라 선수를 기용했고 학부모로부터 식사 등 대접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것.

강 감독은 ‘팀 운영에 간섭하지 않고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개인주의를 자제하고 팀워크를 위한다’ 등 학부모 준칙 7개를 만들었다.

이런 원칙 속에 정 감독은 기성용(FC 서울)과 김영광(울산 현대) 등을 발굴하며 전국대회에서 14차례 우승했다. 강 감독은 정성훈(부산 아이파크)과 박동석(서울) 등을 배출하며 경남 지역대회 우승 40차례, 전국대회 19차례 입상의 성적을 냈다. 두 감독이 배출한 국가대표만도 20명이 넘는다.

성적 지상주의에 휘둘리는 축구 지도자들은 물론 대한축구협회가 귀담아들어야 할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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